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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자치(自治)의 딜레마

입력
2011.06.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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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든 교육자치든 이거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지자체 비리와 끝없이 되풀이되는 교육계의 소모적인 보혁갈등에 그 동안 민주화를 향한 우리 사회의 힘겨웠던 투쟁이 고작 이 꼴을 보자는 역사였던가 싶은 것이다.

1995년 첫 지자체장 선거 실시, 2008년 시ㆍ도교육감 직접선거 이래 각각 7년, 4년 만에 우리 자치제의 현주소는 적지 않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비리와 이념이 판을 치는 누더기 꼴이 됐다. 자치제가 아무리 민주화 역사의 성역이라고 해도 이젠 냉정하게 공과를 따지고 전향적으로 보완과 개혁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주민들이 떼로 몰려가면 군청에선 산 속에다 아스팔트도 깔아줄 정도요. 돈으로 마구 처바르는 거지. 왜? 다음 선거에 당선되면 좋고, 안 되면 후임한테 빈 곳간 떠넘기면 되는 거니까. 국회의원들 지역구 관리하기나 편할까, 이러다간 나라 거덜나요."

만연한 포퓰리즘과 예산낭비

지방에 사는 한 지인의 냉소다. 굳이 익명을 인용할 필요도 없는 것이, 지자체장의 포퓰리즘 행정과 터무니없는 예산 낭비는 광역이든 기초단체든 이젠 그 사례를 거론하기도 지칠 정도로 일상사가 됐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성남시청사는 무분별한 지자체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2000년 이후 지자체 호화청사 건립 붐을 타고 2009년 완성된 성남시청사는 예산 3,222억원을 들여 외장 대부분을 유리로 장식한 '아방궁'이었다. 하지만 그놈의 유리외벽, 즉 '올 글래스 커튼월'때문에 여름엔 냉방을 가동해도 청사 전체가 30도를 웃도는 거대한 찜통이 됐다니, 돈을 썼어도 헛돈을 쓴 셈인 것이다.

한심하기는 853억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개통조차 하지 못한 채 철거 위기에 몰린 인천의 월미은하레일도 마찬가지다. 돈을 물 쓰듯 쓰고도 모노레일 지지기둥의 볼트조차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니, 이건 예산 낭비를 넘어 거의 범죄 수준이다. 지자체 예산이 이런 식으로 풀리다 보니 하루가 달리 '곳간'은 비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밝힌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95년에 비해 10.3% 포인트나 하락한 51.9%로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교육계는 요즘도 학생들에게 벌을 주는 게 옳으니 그르니 하며 보수와 진보가 고집 센 염소들처럼 끈질기게 대치 중이다. 직선된 시ㆍ도교육감들의 성향에 따라 진영이 뚜렷이 갈린 탓이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경기교육청의 엎드려 뻗쳐 체벌교사 징계 논란도 시ㆍ도교육감 선거과정에서 학생인권선언이나 체벌금지 같은 교육과정 외적인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된 결과다. 체벌 문제가 법규화하면서 오히려 교사와 학생, 학부모나 교육당국 간 타협과 이해의 여지가 사라져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 것이다.

교과부와 진보 시ㆍ도교육감, 한국교총과 전교조의 완강한 대립 속에서 무상급식이나 교사평가제 등에 대한 소모적 논란으로 나라가 들썩였지만, 초중고 교과서의 개량이나 체육수업 정상화 같은 문제에 교육계가 진지하게 뜻을 모았다는 얘기는 거의 들은 바 없다.

평가하고 책임 묻기 강화돼야

자치제를 무르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자치제가 비리와 이념으로 흔들린다면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강화해 새 출발을 다져야 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지자체 사업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예산 누수를 막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정책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자체장의 실정(失政)에 대해 제한적인 주민 집단소송이나 소환제 같은 장치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육자치의 표류 역시 교과부와 교육자치체 간의 명확한 권한 및 역할 분담을 정해 갈등보다 협력을 유도하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누군가, 어떤 식으로든 맘 먹고 시작해야 할 과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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