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리 온 무더위 탓인가. 국내 프로 바둑 상위 랭커들이 최근 들어 약속이나 한 듯 매우 지친 모습이다.
랭킹 1위 이세돌 4승 6패, 2위 최철한 5승 5패, 3위 박정환 3승 7패, 4위 허영호 4승 6패…. 국내 프로 기사 상위 랭커들의 최근 10경기 성적이다. 승률이 50%를 넘지 못한다.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모두 최근 LG배 본선에서 나란히 초반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이세돌은 다음 주에 자신의 천적으로 알려진 씨에허와 춘란배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 최근의 부진이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최철한은 국내서보다 중국에서 성적이 아주 나쁘다.
작년에 중국리그서 7승 2패로 맹위를 떨쳤지만 올해는 1라운드 승리 후 5라운드 연속 패점을 기록했다. 급기야 소속팀이 7라운드에서는 아예 최철한을 출전 오더에서 빼버렸다. 중국 리그에 출전하는 한국 용병들은 대부분 대국을 이길 때만 보수를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올해는 돈도 별로 못 벌고 헛고생만 하게 생겼다.
박정환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최근 무려 7연패를 기록했다. 바둑리그서도 8개 팀 주장 가운데 유일하게 3연패를 당했다. 올 상반기 성적이 13승 10패(승률 57%)로 다승이나 승률 모두 50위권 밖이다. 2006년 입단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 21일 국수전 본선에서 김동호를 누르고 8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일단 연패의 사슬은 끊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 들었다고 보긴 이르다.
평소 바둑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주위 환경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데 갑자기 성적이 부진하니 본인 스스로도 많이 답답할 것이다. 입단 전부터 이창호, 이세돌의 뒤를 이을 천재 기사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박정환이 언제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지 주목된다.
대신 중하위권 기사들이 힘을 내고 있다. 랭킹 8위 이창호가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를 기록했고 6위 원성진(8승 2패), 7위 김지석(8승 2패)이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선전하고 있다.
이 밖에 군복무 중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획득,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랭킹 11위 조한승이 요즘 소리소문 없이 승수를 추가하고 있다. 현재 성적이 27승 5패(승률 84%)로 다승과 승률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리그서도 5연승을 거둬 한국 용병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달에는 무난히 랭킹 10위권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