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사회정책과 사회민주주의, 공산주의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치열한 방식의 공산주의다. 노농(老農)주의
계급투쟁만이 오늘의 중국을 개변시킬 수 있다"(마오쩌둥·毛澤東)
1921년 7월 23일 중국 상하이(上海) 프랑스 조계지(租界地)내 왕즈루(望志路)의 2층 벽돌 건물 106호에 상하이 대표 리한쥔(李漢俊)과 서기 마오쩌둥 등 청년 공산당 대표 13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제1회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당 강령과 사업을 당당히 결의했다. 중국 공산당 탄생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젊은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목청을 높여'인터내셔널가'를 제창했고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후 국민당 정부와의 내전에서 승리,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다. 7월 1일 창당 9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은 최근 30년 이상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면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주요2개국(G2)으로 굴기(박차고 우뚝 섬)하게 했다. 또 다른 슈퍼파워'홍색(紅色) 거인'이 세계 무대에 등장한 셈이다.
홍색관광객들로 붐비는 중국 공산당 성지
13일 오전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 상하이의'중공 1대회의 유적지(中共 一大 會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당 9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홍색(紅色)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쓰촨(四川) 등에서 올라온 단체 관광객들의 늘어선 줄은 유적지 출입문에서부터 기념관 내부로 이어지는 좁다란 통로까지 100m 정도 이어졌다. 기념관 전시물을 관람한 홍색 관광객들은 너나 나나 없이 방명록에 직접 소감을 적느라 북적거렸다. '위대한 공산당 만세''공산당에 영원히 충성하리라' '공산당 탄생을 축하하며 위대한 강성대국을 건설하자' 등 공산당에 대한 찬양의 글이 즐비했다. 그러나 중국 젊은이들의 느낌은 중장년 층과 사뭇 달랐다. 베이징사범대 대학원생 딩단야(丁丹雅ㆍ25)씨는 "세상의 변화와 물질만능주의에 민감한 중국 젊은이들은 과거 공산당이 지금 과연 무슨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며 한마디로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진화와 변치않는 것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변화는 규모 면에서 통계수치로 극명히 드러난다. 13명으로 출발한 중국 공산당은 현재 당원 수만 한반도 전체인구(7,100만명)보다 많은 8,026만9,000명으로, 중국인 17명당 1명꼴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정치조직인 셈이다. 전체 공산당원들의 분포도 과거 농어민과 노동자 등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달리 이젠 중국 경제발전 현황에 맞춰 기업인을 비롯해 사업 단위 관리인과 전문기술 인력이 많아졌다. 물론 절대권력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인 공산당 내부의 부패와 권력 남용, 관료주의 등은 고질적인 병폐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최근 상당부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 개혁에 대한 수용여부는 공산당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 역시 정치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일부 인정하지만, 극좌보수파의 저항 때문에 실행 자체가 쉽지 않다.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의 한 교수는"중국에는 중국 상황에 맞는 정치모델이 있으며, 선거를 통한 서구식 다당제 민주주의가 도입될 경우 유혈사태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중국이 21세기 첫 10년에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은 인민의 이익을 앞세운 공산당의 큰 성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런민대 경제학과의 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사실상 폐지했다"며 "공산당의 일당독재 유지는 인민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성장을 언제까지 이룰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홍색물결 그 의미는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앞둔 중국 전역은 온통'홍색 물결'에 휩싸여 있다. 지난주 말 개봉된 중국 공산혁명을 다룬 홍색 블록버스터 '건당위업(建黨偉業)'에 인파가 몰리면서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TV에선 홍색 드라마 60여편이 수십 개의 채널에서 연일 방영되고 있다. 충칭(重慶) 등 주요 도시에선 혁명가요인 훙거(紅歌) 경연대회가 열리고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라디오에서 조차 '황허를 지켜라' 등 혁명가요가 연일 흘러나오고 있다. 마오 주석이 장제스의 군대와 대치 중 숨어들었던 장쑤(江蘇)성 진강산(井岡山)과 대장정이 시작된 장쑤성 루이진(瑞金), 중공의 수도였던 옌안(延安) 등 공산당 성지는 역사의 발자취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홍색 캠페인'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되짚어 보자는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광둥(廣東)성 농민공들의 시위 사태와 네이멍구(內蒙古) 및 티베트 등 민족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중국이 당면한 사회적 분열현상을 '홍색 이데올로기'로 통합하려는 처절한 자구책으로 비친다.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의 공산당이 아닌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넘어야 할 미래의 험난한 과제와 도전에 대한 부담인 셈이다.
상하이ㆍ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