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금 규모 340조원의 세계 4위 연기금인 한국 국민연금이 '슈퍼 갑(甲)'의 자리에 올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뉴욕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월가 금융인들의 총평이다. 뉴욕 월 스트리트는 글로벌 투자의 중심지이자 세계 금융수도로 불리는 곳으로, 여기에 입성한 금융인들은 콧대 높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런 금융인들이 국민연금의 첫 해외사무소(매디슨가 590번지) 개설을 축하하기 위해 한두 명도 아니고 200여명이나 모였다.
더욱이 축하 인파 속에는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 스티븐 스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개리 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사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로저 알트먼 에버코어 파트너스 창립자 등 거물급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또 갑작스레 가족상을 당한 메리 어도즈 JP모건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대리인을 보내는 성의를 보였고,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축하 전문을 보냈다.
월가 거물들의 이 같은 행보는 3월 행사 접수 때부터 예견됐다. 공단 관계자는 "월가 금융인들에게 초대장을 보낼 때만 해도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한 달도 안돼 행사장 규모(150석)를 웃도는 답신이 와서 이후엔 오히려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날 행사장에는 초대장 없이 찾아온 금융인들이 많아서 참석인원이 200여명에 육박했다.
월가의 이런 환대는 불과 3, 4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단 해외투자 담당자는 "투자할 테니 만나자고 하면 '뭐 하는 회사냐', '그동안 어디에 투자했느냐'며 캐묻는 바람에 약속 날짜를 잡는 것은 둘째치고, 공단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계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이 바뀐 것은 해외 부동산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2009년부터. 작년 10월 3,630억원을 투자해 프랑스 파리 오 파리노 쇼핑몰 지분을 인수하는 등 최근 3년간 해외 11개 기업 및 주요 도시 랜드마크 빌딩에 총 5조원 가까이 투자했다. 가장 최근(9일)엔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 그룹의 헴슬리 빌딩의 지분 49%를 매입했다. 현재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이 '랜드마크 사냥꾼'으로 통한다.
이날 개소식에서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뉴욕사무소는 글로벌 금융계 및 해외 연기금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직ㆍ간접적 투자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런던과 홍콩 등에도 해외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 12.6%(40조6,000억원ㆍ채권 등 포함)인 해외투자 비중을 2015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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