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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파티드' 속 美 마피아 두목 벌저 16년 만에 체포/ 고향 보스턴선 "그는 로빈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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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파티드' 속 美 마피아 두목 벌저 16년 만에 체포/ 고향 보스턴선 "그는 로빈후드"

입력
2011.06.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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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가 있을 땐 폭력사건이 없었어요. 내가 아는 한 그 사람 욕할 게 별로 없군요."(보스턴 시민 버지니아 도네이토씨)

오사마 빈라덴 다음으로 높은 현상금이 걸려 있던 전설의 마피아가 16년 만에 체포됐는데,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여느 때라면 연방수사국(FBI)의 끈질긴 추적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왔겠지만, 이 마피아 두목이 뒷골목을 주름잡았던 보스턴의 분위기는 다른 곳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는 훌륭한 이웃이었다"는 동정 섞인 반응이 나왔고 심지어 그를 '의적 로빈후드'로 평가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라고 뉴욕타임스(NYT)와 보스턴글로브 등은 전했다.

주인공은 바로 보스턴 출신 마피아 제임스 화이티 벌저(81)다. 영화 '디파티드'의 마피아 두목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 분)가 바로 벌저에게 영감을 얻은 캐릭터다. 열 아홉 건의 살인사건과 살인모의, 마약공급,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에게는 2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벌저와 FBI의 질긴 인연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믿을 만한 정보원을 찾던 FBI는 윈터힐이라는 갱단의 조직원 벌저에게 접근했다. 벌저는 FBI에 정보를 몰래 제공하는 대가로 남부 보스턴 지역에서 마리화나와 코카인 공급에 손을 댔고, 도박 사업에까지 손을 뻗었다.

그가 밤거리를 장악하면서 범죄조직간 세력다툼이 사라졌고 외견상 이 지역에 평화가 조성됐다. 화이티라는 짧고 친근한 별명으로 통한 벌저는 어느새 지역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이웃 주민에게 친근한 태도로 다가갔고 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을 대신해 방화범을 응징하기도 했다.

친절한 이웃과 비정한 마피아로 이중생활을 하던 벌저에게 위기가 찾아 온 것은 94년이다. 마약단속청(DEA)과 매사추세츠 주경찰, 보스턴 시경찰이 FBI에게 알리지 않고 벌저를 수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해 12월 FBI는 벌저에게 이 사실을 귀띔해 줬고 벌저는 숨겨 둔 비밀금고에서 돈을 찾은 뒤 종적을 감췄다. FBI와 벌저의 이 같은 공생 관계는 97년 언론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 때부터 FBI도 전력을 다해 벌저를 추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벌저는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한 시민의 결정적인 제보로 기나긴 도피생활을 마감했다.

이번에 FBI가 특급 수배자를 검거하는 개가를 몰렸지만, 보스턴 사람들은 벌저에게 여전히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스턴 주민 메리 칠드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어머니는 항상 사람들이 왜 휘트니를 저런 식(수배)으로 대하느냐고 의아해 하셨다"고 회상했다. 벌저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댄 럴씨 역시 보스턴글로브 기자에게 "어떤 면에서 그는 로빈 후드 같은 사람"이라며 "그를 변호할 사람이 이곳에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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