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남자를 모른다/한네 제만 지음ㆍ김인순 욺김/위즈덤하우스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알파걸들에 치인 남성들의 하소연과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세상에나, 남자들이 불이익과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핏대까지 세운다.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만세삼창이라도 불러야 할까. 천만의 말씀. 왜소하고 무력해진 남성들 때문에 여성들도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남성의 불행이 여성들이 힘겨운 투쟁 끝에 구축한 행복의 기반들을 침식한다. 누구도 홀로 행복할 수는 없기에 이제 여자들이 이해하고 보듬을 때가 왔다. 아기부터 아빠까지 한결같이 '여자를 미치게 하는 남자들의 철없는 행동'을.
남녀간 성차를 생물학적, 문화적,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남성을 일종의 '장애'를 가진 종족으로 규정한다. 왜 게임중독과 학습부진, 일탈과 범죄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인가. 왜 과잉발달행동증후군(ADHD), 야스퍼거증후군, 자폐증 같은 질환은 압도적으로 남성 발병률이 높은가. 왜 남자의 사춘기는 여자의 사춘기처럼 고요하지 못하고 질풍노도로 치닫는가.
심리학자 겸 심리상담사인 이 여성 저자에 따르면, 남자들의 '장애'는 임신 8주째 모체 내에서 시작된다. 태아는 최초 생물학적 기본성인 여성(XX)으로 생성됐다가 임신 40일경 성별이 분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8주가 되면 남아의 고환에서 다량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두뇌의 의사소통 기능을 좌우하는 중추세포를 파괴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의사소통에 젬병인 결정적 이유다.
남녀는 감정이입능력에서도 태생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여아는 태어날 때부터 남아보다 신경세포가 더 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일찍부터 헤아릴 줄 안다. 그래서 달래면 쉽게 그치고 다른 아기들의 울음에도 쉽게 감염된다. 반면 남자들은 감정이입능력이나 공감능력을 거의 타고나지 못하기 때문에 갖고 싶으면 뺏고, 화가 나면 때린다.
이런 '장애'를 지닌 남자아이를 버젓한 남성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모델도 중요하지만 어머니의 감성적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윽박지르는 대신 두려움을 은밀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인정받고, 주목받고, 칭찬받고 싶어 태어난 아들들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심어주는 대신 긍정적 이상과 용기, 공정함 같은 남성적 정체성을 확보하도록 격려하고 북돋워야 한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동의와 애정을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자들에게 충고한다. "남자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철통 같은 선입견을 없애라." 이것은 다 호르몬 때문이다. 벽처럼 무심한 남자 때문에 미칠 것 같을 때, 여자들이여, 전화 수화기를 들어라. 당신에겐 밤새도록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자친구가 적어도 셋은 있지 않은가.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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