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22ㆍ본명 강대성)이 지난달 발생한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교통사고에서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강씨가 몰던 아우디 차량이 피해자 현모(30)씨의 몸을 넘어간 게 결정적 사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강씨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시점과 원인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사고 경위 조사결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현씨는 교통사고가 나기 전인 지난달 30일 밤 친구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식당에서 소주를 마셨다. 다음날 오전 1시27분께 혈중 알코올농도 0.186% 상태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양화대교 남단에서 가로등 기둥 모서리에 충돌했고 1차로에 쓰러졌다.
2분여 뒤 영업용 택시 운전기사 김모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쓰러진 오토바이 옆에 차를 세웠다. 그 직후 강씨가 시속 80km로 몰던 아우디 차량이 쓰러져 있는 현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주행했다. 강씨의 차량은 바닥에 현씨 몸이 낀 상태로 22.8m를 달린 뒤 현씨의 몸을 타고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직접적 사인
경찰은 사망한 현씨가 강씨 차량에 받쳐 최종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로등에 부딪힌 1차 사고 뒤 강씨 차량에 치일 때까지 2분여의 시간차가 있었음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는데, 그 사이에 현씨의 숨이 끊겼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에서 사망은 맥박이 정지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강씨의 차가 넘어가기 전에 현씨가 완전히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차 사고 뒤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강씨의 차량에 치여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도 현씨가 1차 사고로 즉사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현씨가 강씨의 차에 치이기 전 뺑소니 등 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김치관 영등포경찰서 교통과장은 "현씨가 가로등에 부딪힌 뒤 강씨 차에 치이기까지 다른 사고가 없었던 점은 명백하다"며 "가로등에 부딪힌 사고로 현씨가 즉사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강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여전한 의문
그러나 경찰은 현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추정할 뿐 단정하지는 못했다. 강씨의 차량에 치인 것이 결정적인 사망원인이지만, 이에 앞서 1차 사고에서 이미 치명적인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언급하며 "현씨가 가로등에 충돌하면서 입은 안면부, 목덜미, 등 부위 손상은 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며 "가로등 충돌과 강씨 차량이 현씨 몸을 넘어간 잇따른 사고로 광범위한 손상을 입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현씨의 직접적인 사인과 강씨의 책임 한도는 검찰의 보강수사와 법정에서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강씨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경찰 발표대로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며 인사 사고인 만큼 도의적인 책임도 크게 갖고 있다"고 밝히고, 피해자의 사인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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