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 지음/도서출판b 발행ㆍ318쪽ㆍ1만4,000원.
한국문학은 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 했을까. 대개의 대답은 '훌륭한 작품은 많지만 지원과 관심 부족으로 번역이 제대로 안 된 탓'이다. 한 걸음 더 나가 '작가의 역량이 부족해 세계 수준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자기비판적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여기서 더 비딱하게 나간 답변은 이렇다. '한국에는 근대문학 자체가 없었다.' 이 과격한 주장을 펴는 이는 소장 문학평론가 조영일(38·사진)씨다. 제도적 문단의 바깥에서 '비평고원'이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문단 주류를 거침없이 비판해온 그는 올해 초 소설가 김영하씨와의 논쟁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얻었다. 네티즌들에겐 그의 인터넷 필명인 '소조'가 더 익숙할 터다.
앞서 <한국문학과 그 적들> 등 한국문학을 비판하는 두 권의 비평집을 통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는 잘 쓴 통속소설'이라거나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은 노년의 자아도취적 넋두리다' 등 일급의 작가들을 대놓고 비판했던 그가 2년 만에 낸 새 비평집 <세계문학의 구조> 에서는 한국문학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단한다. 세계문학의> 개밥바라기별> 엄마를> 한국문학과>
한국의 근대문학은 애초에 국민문학의 토양인 국민 공통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식된 문학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근대문학이 근대국가 성립 과정에서 국민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매체였다는,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리타니 고진의 '근대문학 종언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특히 조씨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의 사례를 열거하며 국민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통의 경험이 다름아닌 '제국주의적 전쟁'이었고, 이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선 제대로 된 근대문학이 나올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통해 그가 겨냥하는 것은 '한국문학을 세계화하자'거나 '민족문학을 발전시켜 세계문학에 기여하자'는 식의 한국문학 응원가들이다. 대개가 출판상업주의적 구호거나 한국문학 권력자들의 공허한 담론이라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한국문학을 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조씨는 근대국가와 공생관계인 근대문학을 지양하는 세계문학을 추구하자고 하지만, 아쉽게도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과격한 그 주장의 설득력은 둘째치고 그가 파괴하려는 것이 제도권 문학을 넘어 문학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떨떠름한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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