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은 1990년대 말부터 극적인 성장을 해 왔으나 2000년대 끝자락에 들어서면서 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연간 관객 수는 정체를 보인지 오래고, 영화산업이 영화 입장가격 상승에 의해 지탱하는 힘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고, 수익성은 마이너스 8%에 이른다. 영화를 만들면 평균적으로 손해 본다는 것이다.
만들면 손해 보는 한국 영화
흥행이 안 되다 보니 투자가 극도로 위축되어 편당 평균 제작비는 2006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출은 5분의 1로 급락했다. ‘워낭 소리’와 같은 독립영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영화 스태프의 노동환경 및 처우가 여전히 열악해 유능한 인력이 동종업종인 방송과 게임 분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은 총체적으로 이른바 라이프사이클의 지독한 성숙기에 들어섰다.
영화산업은 콘텐츠산업 내 위상이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영화는 영상을 비롯해 음악, 3D/CG와 같은 기술력이 담긴 집약적 콘텐츠이자, 캐릭터 출판 방송 등으로 이어지는 원천 소스이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고용이 창출되는 노동집약산업이다. 2009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영화산업을 포함하는 ‘사회 및 기타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842로 일반제조업보다 1.5배 이상 높다.
한국 영화의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영화산업은 3D 디지털영화기지 구축, 글로벌 규모의 스튜디오 건설, 영화인 복지 향상, 독립영화 사업지원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더구나 영화는 한류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패션 디자인 관광 등의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글로벌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은 헐리웃 자본에 밀려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싱가포르 등은 국가 의 지원으로 디지털 후반작업 기지를 구축하여 아시아와 세계 영화후반작업 중심지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한국 영화의 부활과 글로벌 위상 정립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해외 진출 확대, 스태프 처우 개선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영화지원을 위한 정부의 재정이 부족하다. 한국 영화의 침체로 인해 영화계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과 지원에 의존하는 바가 매우 큰데 비해 매년 집행되는 사업비는 500억 원 정도다. 더구나 영화발전기금은 총 5,000억 원이 목표이지만 많이 소진되고, 2014년 영화관 입장객 부과금이 종료되면 2020년에는 완전 소진이 예상된다. 게다가 영화산업은 영화발전기금의 존재로 인해 일반회계 대상사업에서 소외되어 있다.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영화발전기금 모금기간을 연장, 진흥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모금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영화관 입장권 외에 새로 등장한 IPTV, 온라인유통 등으로 확대한다. 셋째, 신규 자금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복권기금 등의 재원마련으로 영화발전기금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넷째, 국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효율적 기금 운영이 전제
이러한 안들은 다른 분야에서 부작용과 비효율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국가적 비용과 편익을 검토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산 확보 이전에 불요불급한 비용은 차단하고 기금모집 취지에 맞는 예산집행 등 영화발전기금의 효율적인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2014년까지로 한정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에 묶여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축소된다면, 영화산업의 미래도 힘겹게 일하는 영화인들의 미래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교수 창조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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