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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편지받고 택배터미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 MB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또 관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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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편지받고 택배터미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 MB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또 관료 탓

입력
2011.06.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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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배 기사가 보낸 편지로 인해 대통령이 현장에서 주재하는 국민경제대책회의까지 열렸다.

"택배를 3년째 하는 저는 우리 지점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 사회 경력이 많은 사람… 여러 사람들이 일해보겠다고 입사했지만 장기간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큼 택배기사 일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항상 단속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어느 택배기사가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청와대 신문고에도 올랐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23일 마포구에 있는 한진택배터미널을 찾아 제9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택배기사들을 만났다.

현장의 목소리들은 더욱 절박했다. "물가와 기름값은 오르는데 왜 택배비는 떨어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 "주∙정차 단속 걸리면 한 달에 (벌금만) 20만원이 넘는다" "택배차는 주정차 15분을 봐주는데 높은 빌딩은 (배달에) 15분이 더 걸린다. 10분만이라도 더 줬으면…"

이 대통령은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 장관의 대책을 듣자는 사회자의 말을 막았다. "택배차량을 자기 집 앞에 대놓으면 왜 안 되느냐. 자가용은 되는데. 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자" "택배 단가는 어떻게 결정되느냐" "영업용 번호판 제도는 어떻게 따느냐" 등 업계와 택배기사들의 말이 더 나오도록 유도했다.

한동안 택배기사들의 얘기를 들은 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택배기사들 때문에 왔는데 얘기를 듣고 전반적 구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택배 사업 규모가 작았지만 지금은 굉장한 규모로 성장해 하나의 사업이 됐다"며 "앞으로 택배가 점점 늘 텐데 여기에 맞는 법 체제를 만들 때가 됐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입차(명의 대여료)가 한 달에 15만원 한다고 한다. 지입차 회사만 좋은 거 아니냐. 이름만 빌려주고 한 달에 15만원씩 불로소득 아닌가. 이런 건 검토할 때가 됐다"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서도 오히려 관료주의를 핀잔했다. 이 대통령은 "택배기사가 보낸 편지를 보면 '사람 대우 못 받고, 반발하고, 싫으면 그만두라고 한다'는 내용이 있더라"며 "갑을 관계이겠지…"라고 했다. 이어 장관들에겐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할 때 보면 여기 가서 이렇게 하고 저기 가서 저렇게 하고 검토만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새로 시작하고, 그러니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해단체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비리 투성이' 등의 언급을 하면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질타한 데 이어 이날 또 관료주의를 비판하자 "국정을 운영하고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공무원들을 잇따라 혼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관료주의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자신의 국정운영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관료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택배기사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로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이 서강대 인근 한 커피숍을 찾아 대학생들과 즉석 만남을 갖고 환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 외로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달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함께 가질 대상으로 일용직 근로자, 영화 종사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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