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로 예정된 기름값 환원을 놓고 정부와 정유사간의 신경전 또한 치열하다.
당장 ℓ당 100원씩 값이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체감유가는 훨씬 비싸게 느껴질 터. 그런 만큼 정부는 업계에 대해 '슬로 템포'를 은근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현재까지 정유사들은 "예정대로 100원 할인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 역시 "모든 결정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마음은 둘 다 복잡하다.
우선 정유사를 압박하다시피 하면서 100원 가격할인을 이끌었던 정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내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정유사가 가격 인하 기간을 늘렸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 하지만 100일의 희생기간을 더 늘릴 리는 만무한 만큼, 환원더라도 한꺼번에 100원을 다 올릴 게 아니라 30원씩이든 50원씩이든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른바 '연착륙'인 셈.
일각에선 정부 관계자들이 정유사쪽을 불러 "할인 조치 연장이나 단계적 환원 등 연착륙 방안을 만들도록 요청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정유 4사 관계자들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주유소 공급 물량이 달린다는 말이 나와 이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을 찾기 위한 자리였을 뿐"이었다며 압박소문을 강력 부인했다.
그렇다고 정유사들 역시 환원날짜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할 만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겸 GS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기름 값 인하로 정유사들도 충분히 고통 분담했다"며 추가 인하 조치는 없을 뜻을 분명히 했지만, 그렇다고 여론의 시선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내렸던 것을 원상복귀시키는 것이지만 그래도 100원이 한꺼번에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최종결정은 여론추이를 보면서 하겠지만 결국은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단계적 환원'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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