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목소리 볼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상생ㆍ동반성장 드라이브에도, 정치권의 잇딴 '포퓰리즘성' 정책발표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던 재계가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 때 재계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내 최대 기업조직인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경북 구미에서 전국 71개 지역 상의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정부를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상의는 성명에서 "정부는 시장경제원칙이 존중되고 기업의 자율과 자유경쟁이 보장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기업과 기업인의 의욕을 불러 일으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성명을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면서 "지금 시장원칙이 존중되지 않고 자율과 경쟁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권의 감세철회 움직임에 대해 "감세는 세계적 추세로 투자를 촉진하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효과가 크다"며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감세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상 급식과 반값 대학 등록금 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국가재정 적자가 증가하거나 국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기조에 대해서도 "대기업을 지나치게 성토하는 것은 사회 갈등을 조장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연일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감세철회와 반값등록금 등을 비판하고 기름값 100원 인하에 대해서도 "그 정도 고통을 분담했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전경련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자기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전경련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매일 시리즈로 내면서 레미콘, 두부에 이어 금형도 대기업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23일 주장했다.
또 사유는 다르지만 허 회장이나,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국회에서 소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총 등이 반대성명을 내는 등 제목소리 내기 분위기는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 드라이브를 그냥 보고만 있다가는 내년 선거 국면에서 기업 흔들기가 더 심해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재계 수뇌부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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