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7ㆍ4 전당대회가 23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열흘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지휘하고 대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후보등록 첫 날부터 각 계파, 후보간 연대설이 흘러나오면서 자칫 과열 양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친이계의 ‘원희룡 후보 지원설’이다. 현정권 들어 줄곧 당내 주류였던 친이계는 지난달 초 비주류였던 황우여 원내대표의 선출 이후 구주류로 전락한 신세다. 조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친이계가 원 후보 등 특정 후보 지원을 결의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 진위 여부와 지원의 정당성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우선 친이계 의원 10여명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모여 원 후보를 당 대표로 밀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구체적인 참석자 이름까지 거론됐는데 여기에는 강승규 권택기 김영우 백성운 이춘식 등 친이계 핵심 의원들이 망라됐다. 직전 사무총장이었던 원 후보를 당 대표로 밀고 1인 2표 중 남은 한 표는 나경원 후보에게 주기로 했다는 게 소문의 골자이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은 회동 사실을 부인했다. 김영우 의원은 “당시 지역에 있었다. 역풍을 우려해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데 그런 모임을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참석자로 거론된 인사들 중 상당수는 “원 후보를 지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다른 유력 후보 측에서 19일 회동설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친이계가 원 후보 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앞서 이 의원과 이 장관, 정몽준ㆍ안상수 전 대표가 21일 밤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원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문도 나왔으나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이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판 소문이 대개 조작이긴 하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헛소문을 퍼뜨리면 정치권 신뢰만 추락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후보들은 “특정 계파가 특정 주자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일각에선 ‘박근혜-홍준표 연대설’도 제기됐다. 이번엔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를 앞두고 박 전 대표측과 홍 후보측이 만나 모종의 딜을 했다는 설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미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도가 됐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역의 한 언론은 지난 21일 친박계 의원들이 홍 후보와 친박계 단일후보인 유승민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박 전 대표와 홍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이 회동해 모종의 ‘딜’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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