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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다시 6·25를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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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다시 6·25를 얘기하자

입력
2011.06.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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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초등학교 시절 6월 이즈음이면 교실마다 울려 퍼졌던 '6ㆍ25의 노래' 첫 구절이다. 지금도 풍금 반주에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시간에는 어김없이 6ㆍ25 전쟁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상기(想起)하자 6ㆍ25, 무찌르자 오랑캐' 라는 포스터의 구호가 아직도 생생하다. 전쟁 중에 출생하였으니 6.25 전쟁을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며 6. 25를 상기했다.

역사적 유산, 미래의 동력으로

지난주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 참여했다. '통일 담론의 확산'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진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지면서 공동의 관심사는 우리 국민의 통일의식, 특히 젊은 세대의 통일의식과 근ㆍ현대 한국정치사에 대한 인식으로 좁혀졌다.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분단임에도 불구하고, 분단과 그 분단을 고착화한 6.25 전쟁, 분단의 극복인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일반적 인지의 폭은 그리 넓거나 깊지 못하다는 데 공감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쟁 분단 평화 통일의 담론은 그리 긴박하지 않다. 사실 40ㆍ 50대 기성세대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러한 담론을 경험으로부터 풀어나갈 수 있는 세대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서고 있다. 70세 이상의 인구는 국민의 1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6ㆍ25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후속 세대들이 6.25를 자신의 역사적 유산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동족상잔의 아픈 기억을 미래 지향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6ㆍ25 전쟁에 관한 토론의 장을 넓혀야 한다. 일률적이며 타율적인 방법을 통한 교육이 아니라 자율적인 토론을 통해 분단과 전쟁, 그리고 통일의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토론의 확산이 종종 극단의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구성원들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케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1980년대 혼돈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북침설은 객관적 사료에 의해 허구로 밝혀졌고, 전쟁의 발발과 과정, 결과와 성격에 대한 극단적 주장들은 움츠려 들었다. 이것이 민주적 토론의 장점이다.

다음 단계는 6ㆍ25와 관련된 담론들이 결국 자신들의 일상과 깊이 연계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냉전의 논리는 구시대적 논리로 치부하더라도 남북관계와 주변 국가들 간의 관계는 냉엄한 현실적 이해득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정권 안보를 위해 오ㆍ남용하였던 국가 안보의 구호가 진정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 안보의 실체로 다시 탄생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가 안보의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평화ㆍ 통일의 지혜 모아야

결국 6ㆍ25 전쟁 담론의 확산과 심화를 통해 진보, 보수를 떠나 전쟁 억제와 평화정책, 나아가 통일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전쟁 억제를 위한 강력한 국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에 여야와 세대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6ㆍ25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형언할 수 없는 물질적 피해와 심리적 불안감과 정신적 아픔을 남겼지만, 우리는 지난 60년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6ㆍ25의 노래' 마지막 후렴구는 '이제야 빛 내리 이 나라 이 겨레'로 끝난다. 앞으로도 짊어져야 할 짐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져야 한다. 통일비용이 벅차더라도 지금까지 지불한 분단 비용을 생각하면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6ㆍ25전쟁과 한반도 재통일을 역사책을 통해 배울 이 겨레 후손들을 위하여.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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