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ㆍ태산이 무너질듯이 요동쳤지만 정착 뛰쳐나온 것은 생쥐 한 마리란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약물 마라톤 의혹의 중심에 섰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고위 관계자는 23일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내사를 종결 짓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터진 마라톤 선수 약물투여 의혹에 사실여부를 떠나 죄인이 된듯한 심정이었다"며 "지난 1주일이 10년보다 더 긴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슴을 짓눌렀다"고 말했다. 오동진 연맹회장은 "사필귀정"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오 회장은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육상인들이 자신을 되돌아 보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남이 잘 되는 것에 배 아파하고 투서와 음해가 난무하면 공멸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회장은 특히 "작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국가대표를 음해하고 육상인의 명예를 훼손한 세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세계선수권이 끝난 직후 진상조사위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주목 받은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정만화 코치는 "수십 년 동안 지도자로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돌아온 것은 음해뿐이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정코치는 "나는 대표팀 코치이기 이전에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런데 어떻게 약물이란 부정한 방법으로 제자들을 길러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지영준(코오롱)도 "약물은 선수생명을 끝장내는 것인데 왜 손을 대겠느냐"며 "경찰이 아무리 조사를 한다고 해도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라톤 대표팀은 약물의혹이 깨끗하게 마무리된 만큼 27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로 건너가 2주간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서상택 연맹 이사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팀 훈련과 지원상황 등을 재점검하고 사기진작과 내부 단합을 위한 대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날 정 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 19명과 충북 제천의 재활병원을 상대로 금지약물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내사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병원에서 압수한 철분제가 금지약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경찰은 16일 강원상지여고 지도자와 선수들이 일명 '마라톤 뽕'으로 불리는 조혈제를 투약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에 들어간 사실을 공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박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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