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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자' 리처드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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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자' 리처드 기어

입력
2011.06.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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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62)가 불교를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티베트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중국에 짓눌린 그곳의 비참함에 가슴 아파했고, 그 고통 속에서도 불교전통과 자비심, 무소유를 지키는 삶을 보았고, '나'만으로 가득 찬 자신을 생각했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됐으며, 불자로서 순례의 길을 시작했다. 불교는 그에게 호기심도,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기행(奇行)도, 그 알량한 오리엔탈리즘도 아니다. 30여년이란 긴 세월 불도(佛道)을 걸으며 그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얻었고, 진정한 소통인 지극히 단순함과 정직함을 만났다.

■ 2007년 벽안의 현각 스님과의 대화에서 밝혔듯이 "스스로 정신에 관한 관심"으로 시작한 선불교 수행으로 그는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기능하는지 알게 됐다. 일상에서 생기는 일들을 불법으로 바꿀 줄도 알게 됐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당장 모차르트를 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간절한 마음으로 피아노 건반을 치면 서서히 느낌이 오듯이. 그래서 깨달음의 가장 빠른 길을 묻는 서양인들에게 그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해"그것은 가장 값싼 길이 뭐냐고 묻는 것"이라며 "가장 값싼 길은 길이 될 수도, 도가 될 수도 없다"고 했다.

■ 그에게 불교는'공존'이다. 다양한 지혜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나와 남의 이원주의를 허무는 것이다. 남의 문제를 내 문제로 느끼려면 나를 잊어야 하는 무아(無我), 먼지 한 톨 남지 않은 공(空)이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그를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자선과 구호활동, 티베트의 인권 수호와 고유문화 보존에 나서게 했다. 자신이 선택한 불교의 자비와 부모의 독실한 신앙심으로 어릴 때 영향을 많이 준 감리교의 사랑이 하나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구도의 길에서는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애이고, 학생이라고 했다.

■ 그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배우가 아닌 불자로서 을 걸으며 찍은 사진 전시(서울 예술의전당, 7월 24일까지)를 계기로 한국 불교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티베트, 잔스카르, 몽골과 히말라야 등지에서 그가 마음으로 담은 62점의 사진에는 자연도, 사람도, 산도, 눈도, 나무도, 모래 바람도, 낡은 집도 하나이다. 달라이 라마도, 동자승도, 여승도, 리처드 기어 자신조차도 정지하거나 느린 시간 속에서 빛과 어둠(흑백)이 그려낸 풍경일 뿐이다. 리처드 기어처럼, 우리도'나'를 버려야만 진정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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