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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무풍'… 부자들 곳간 더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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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무풍'… 부자들 곳간 더 채웠다

입력
2011.06.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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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세계적 거시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부자의 재산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부자가 급증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백만장자의 수가 처음으로 유럽을 추월했다.

23일 증권회사 메릴린치와 컨설팅업체 캡제미니가 공동 작성한 '세계의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총자산은 금융위기 이전 2007년의 40조700억달러(4경 3,752조원)에서 2010년 42조7,000억달러(4경 5,900조원)로 4.9% 증가했다.

여기에는 거주 부동산이나 내구소모재, 소비재 등의 자산을 뺀 순수 투자가능 자산만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주식시장의 호조와 아시아 지역의 성장이 부자들의 재산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의 재산은 늘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산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2007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주식의 비중(33%)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 외환 등의 고위험 자산 비율은 9%에서 5%로 감소하고 부동산(14%→19%)과 고정소득(27%→29%)의 비중은 증가했다.

'부자불패' 현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경제권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지난해 53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12.2%, 인도는 15만 3,000명으로 20.8% 증가했다. 호주도 원자재 가격 급등의 수혜를 입어 백만장자가 크게 늘었다.

아직까지 백만장자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북미대륙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국, 인도, 동남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세를 감안하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북미를 제치고 수년 안에 부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비해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백만장자 증가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재정위기설이 돌고 있는 이탈리아, PIGS에 이름을 올린 스페인 모두 그 수가 감소했다. 유로존에서 '나홀로 고성장'을 누리는 독일만 비교적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동 지역도 고유가의 수혜를 입을 법 했으나 두바이 부동산 가격의 급락 등으로 자산가치가 줄어 백만장자가 40만명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는 "신흥시장에서 와인, 예술품, 고급 요트 등의 수집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고급 차량의 수요도 아시아ㆍ태평양, 러시아, 중동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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