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발표한 대학 등록금 대책에 대해 정부 소관 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는 즉각 "여당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혀 당정간 치밀한 조율 없이 시간에 쫓겨 내놓은 대책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대학 등록금 관련 주무부서인 교과부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재정지원 규모,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었다"며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대책에 따른 2014년까지 6조8,000억원의 예산 마련 방안에 대해 교과부 고경모 정책기획관은 "한나라당의 발표를 존중해 논의하겠지만 구체적인 예산편성이나 액수는 기술적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 기획관은 또 "예산 지원에 앞서 대학의 구조조정도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구조개선법, 취업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국립대학회계법 등이 빠른 시일 안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등록금 지원 예산을 획정하는 기획재정부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합의했을 뿐 지원 액수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방문규 재정부 대변인은 "정부 지원 규모는 등록금 융자 확대, 이자 보전 등 지원방식이 정해져야 알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방 대변인은 또 예산 마련 방안에 대해 "당정 협의에서 한나라당이 제안한 숫자일 뿐이며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대학 등록금에 재정 지원을 시작하려면 당정은 늦어도 9월 말까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재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10월2일 전까지 구체적 액수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예산 요구서를 제출하는 이달 말까지는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듯하다"면서 "예산 요구서에 지원 금액을 넣지 못하더라도 예산안 국회 제출 이전까지만 확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경영 투명성 확보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대학의 노력이 전제돼야 지원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는 게 당정 협의 참석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