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택 그린란드 북극권 종단 탐험대가 이제 탐험의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탐험에 나선지 26일,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는 약 1,200km. 탐험대는 앞으로 2,500km를 더 달려 7월 중순께 탐험을 마칠 계획이다.
탐험대는 21일(현지시간) 북위 70도 22분 24초, 서경 47도 55분 18초 지점에서 2차 헬기보급을 받았다. 지난 8일 첫 헬기 보급 이후 13일만이다. 오랜만에 만난 베이스캠프 대원들을 부둥켜 안은 홍성택(46) 대장의 새까맣게 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 13일간의 탐험은 질척이는 눈 슬러지와 위험한 크레바스와의 악전고투였다. 8일 북극권 최남단(북위 66도 33분)을 찍은 탐험대는 바로 방향을 바꿔 북으로 달렸다.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을 철수시켜 대원 3명만 남았고, 짐도 간소화해 썰매의 무게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여름이 가만두질 않았다. 눈이 너무 많이 녹아 걷기도 힘든데다 썰매까지 빠져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탐험대는 9일부터 낮에 자고 밤에 움직이는 올빼미 체제로 바꿨다. 백야의 땅이지만 밤낮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이다.
12일에는 하도 싸움을 많이 걸어 '막시무스'라 부르는 개가 그만 크레바스에 빠졌다. 개줄에 매달린 채 대롱거리는 개를 겨우 당겨 눈밭 위로 끌어냈다.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지 크레바스는 더 자주 앞길을 가로막았다. 눈이 녹아 호수를 이루고, 강물이 됐다. 탐험대는 새벽녘 강 표면이 얼었을 때 건너려 했지만 개들이 꼼짝하지 않아 또 지체됐다.
밤에도 영상 6도에 이르는 따뜻한 날씨로 인한 심한 슬러지 현상 탓에 썰매 운행 자체가 어려웠다. 14일 밤에는 100m 이동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다시 멈춰서 텐트를 쳐야 했다.
15일에는 크레바스를 무려 50개 이상 건넜다. 한 번은 크레바스에 걸린 썰매를 꺼내는 동안 썰매와 개를 연결한 쇠사슬이 끊어져 개들이 달아나는 통에 대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겨우 끌어낸 썰매를 밀고 1km 가량 헤치고 나갔을 무렵에야 개들이 돌아왔다.
대원들은 물론 개들도 지쳤다. '레지엠'이란 놈은 줄을 풀고 도망친 후 썰매와 100m 정도 거리를 두며 따라오다 사라지곤 했다. 하는 수 없이 이번 보급 때 교체했다. 다른 개들도 예민해져 걸핏하면 싸움이 붙었고, 보호양말이 자꾸 벗겨져 발바닥에 피가 흘렀다.
이번 헬기 보급 이후 다음 보급 때까지는 20일 가량을 버텨야 한다. 탐험대는 곧 그린란드 땅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북동 그린란드 국립공원' 지역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북극곰이 산다. 보급품엔 사냥총도 있다. 배영록(37) 대원은 "북극곰은 한번 만나보고 싶지만 총을 사용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탐험대는 북위 82도까지 내달려 그린란드 최북단에 이른 뒤 서해안의 카낙쪽으로 이동하다 마지막 항공 지원을 통해 베이스캠프로 철수할 예정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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