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국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작가입니다. 논쟁만 일삼고, 인간미 없는 작가라는 비판을 많이 듣지요."
중국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옌롄커(53ㆍ閻連科)는 소개부터 남달랐다. 2009년작 자전에세이 <나와 아버지> (자음과모음 발행)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혼자만의 투쟁처럼 글을 쓴다. 중국 작가들 사이에서 고아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나와>
옌롄커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출간하는 책마다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문제 작가'. 2005년 발표한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는 마오쩌둥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초판 3만부가 전량 회수 폐기됐고, 홍보ㆍ게재ㆍ비평ㆍ각색도 할 수 없는 5금(禁) 조치를 당했다.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 <딩씨 마을의 꿈> 도 마찬가지였다. 딩씨> 인민을>
그는 지난해에도 대약진 운동이 벌어진 1960년부터 3년간 대기근으로 3,000만명이 숨진 역사를 다룬 <사서> 를 집필했으나 책을 낼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그 기근이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가 조사해 보니 당시 기후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대약진 운동의 영향 때문인데 이게 은폐된 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20여곳의 출판사에 문의했는데, '선생님이 쓴 책 중 최고지만 출간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국 정부가 작가를 구속하는 식으로 직접 억압하지는 않지만 출판사 관리를 통해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서>
<나와 아버지> 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색깔이 다르다. 1950~1970년대 시골에서 지독한 가난을 겪은 작가가 자신의 성장기를 비롯해 아버지 세대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에세이. 3년간의 대기근, 문화혁명기의 혼란 등을 들추면서 그 고난을 함께 한 아버지와 자식들간의 사랑을 진하게 그린다. 책은 중국에서 '2009년 중국 10대 도서'로 선정됐다. 옌롄커는 "문화대혁명이란 역사적 사실도 잘 모르고 산아제한정책으로 형제가 없어 가족간의 사랑도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의 삶과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나를 비판해온 독자들도 '옌롄커도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겪은 사람이구나'하며 좋아하더라"고 덧붙였다. 나와>
허리와 목이 불편함에도 하루 평균 2시간씩 집필 작업에 매달리는 옌롄커는 노벨 문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중국 작가로 꼽힌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한국에서 받아야 한다"며 "위대한 작품이 나오려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야 하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글쓰기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벨 문학상을 받고 싶으면 티베트 문제 등을 다루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중졸 학력에 불과하기 때문에 티베트 등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돈이나 권력을 위해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