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 이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성기업 충남 아산공장 앞에서 22일 경찰과 노조원의 충돌로 100여명이 부상하는 등 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23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아산공장 입구 부근에서 인근 집회장소로 이동하던 노조원 1,100여명과 경찰이 충돌했다.
현장에 배치된 18개 중대 1,500여명의 경찰이 노조원들의 이동을 저지했고, 이때 일부 노조원이 얼굴을 다치면서 상황이 격렬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죽봉, 쇠파이프, 각목 등을 마구 휘둘렀고 경찰은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았다”며 “전ㆍ의경 60여명 등 경찰 108명과 노조원 1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측 용역직원과 노조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저지했다는 입장이다. 김기용 충남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외부세력과 합세한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불법으로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며 “죽봉 사용자와 폭력 사용자, 주도적 폭력 전력자, 폭력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합법적인 집회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경찰이 제지하면서 빚어진 충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한 집회신고 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충돌 당시 우리 측 변호사가 경찰에게 합법적인 집회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노사간 대치, 노조와 경찰의 충돌, 감정 악화로 유성기업 사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에 엔진 피스톤링을 공급하는 유성기업의 노조원 500여명은 지난달 19일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일주일간 공장을 점거, 파업을 벌였다. 파업의 여파로 완성차업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자 같은 달 24일 경찰은 31개 중대 2,5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 노조원들을 해산시켰다.
이후 유성기업은 관리직원까지 동원, 빠르게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노조 측은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공장 앞에서 집회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13,15일에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22일 오전 충돌에선 노조원 18명과 용역직원 6명 등 24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저녁에는 경찰과 노조원의 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아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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