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훈련을 받고 보니 군에 보낸 걱정 한시름 덜게 되네요"
장맛비가 쏟아진 24일 오후 4시께 경기 화성시 경기경찰청 전ㆍ의경 교육대 야외 훈련장. 이곳에서 3주간 기본 경찰업무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임 의무경찰 교육생 56명(1004기)이 궂은 날씨 속에서 비를 맞으며 진압 작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훈련엔 '외인부대'들이 등장했다. '1박2일 교육대 체험'에 자원한 교육생들의 부모 19명(아버지 8명, 어머니 11명)이 기동복으로 갈아 입고 자녀들과 함께 훈련에 나선 것이다.
생전 처음 입어보는 검푸른색 진압복과 헬맷, 그리고 처음 손에 잡아보는 방패와 진압봉은 무겁고 어색하기만 했다. 게다가 장대비까지 쏟아져 온 몸이 젖어버렸지만 교육생인 아들들과 함께 진압 대형 및 기본 제식 훈련에 열중했다.
공민규 이병의 아버지(47)는 "아들과 함께 작전을 해 보니 예전에 군대에서 훈련을 받던 생각이 새록새록 났고 평화적인 시위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훈련을 받은 교육생 박민정 이경은 "앞으로 의경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훈련이 끝난 뒤 부모들은 교육생들의 내무반인 생활실과 강의실, 식당 등 교육대 시설을 둘러 봤고 교육생들과 함께 군대식 식사와 일석 점호도 했다.
25일엔 레크레이션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심리치료 프로그램 '행복 예술 테라피','부모와 함께 하는 외출' 등으로 현장 체험이 진행된다. 진경수 이경의 어머니 허영자(51)씨는 "둘째 아들이라 마음이 더 쓰였는데 경찰 기동복을 입은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니 근심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다른 의경의 아버지는 "80년대 군복무 하던 환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기우였다"고 말했다.
훈련에 동참한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은 "전ㆍ의경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로 사회적 우려가 커져 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건강한 신체와 성숙된 정신력을 갖춘 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청년으로 무사히 제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신임 전ㆍ의경들은 육군 훈련소에서 4~5주의 기초군사교육을 받은 후 충북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1주일간 기본 교육을 받았지만 4월 지방경찰청별로 전ㆍ의경 교육대가 생기면서 기초 군사훈련 후 교육대에서 3주간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
화성=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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