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녀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적 지원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31%(32명)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은 학교 급식비 지원에 그쳤다. 평택시는 지난 5월부터 쌍용차 해고 노동자 64명에게 공공근로 성격의 '임시적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녀에 관한 지원책은 고작 9명이 이용하는 공부방 무료운영뿐이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자녀양육에서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응답자의 23.3%(24명)는 배우자를 포함해 수입원이 전혀 없었다. 돈을 번다 해도 4분의 3이 월수입 200만원 이하에 그쳤다. 이들은 "학원비는 물론이고, 급식비 우유값도 못 낼 때가 많아 애들이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자연히 자녀양육에서 힘든 점으로 경제적 문제(73.8%ㆍ7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민간에서는 쌍용차 가정 자녀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집단 심리치료가 대표적이다. 정 박사는 3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평택시청에서 임시상담소를 열고 있다. 가수 박혜경씨가 이끄는 봉사조직 '레몬트리공작단'은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정 박사는 현재 쌍용차 자녀 대상의 치유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집단과 민간 모금을 통해 치유공부방ㆍ놀이방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정 박사는 "아이들의 치유는 학습과 놀이, 치유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일상에서 통합적ㆍ전방위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평택 지역아동센터들은 쌍용차 자녀들에게 시설을 무료로 개방했다. 한국방정환재단 평택지부도 중고등학생 대상 공부방을 급식비 없이 교재비만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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