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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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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입력
2011.06.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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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의 박치기가 등장하고 노래 '아리랑 목동'이 스크린을 흐른다. 회충 검사와 몸에 맞지 않는 교복, 영화 '러브 스토리'와 인기 TV시리즈 '원더우먼'도 화면을 채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뭐든 그려낼 수 있을 듯한 디지털 만능의 시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시대를 거스른다. 조금 허술하면서도 따스한 질감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객의 오랜 추억을 깨우려 한다.

시대적 배경은 1960, 70년대 어디 쯤이고 공간은 지방 어느 곳이다. 육상 선수가 꿈이었던 여고생 이랑(목소리 박신혜)은 학교 계주 경주에서 진 후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그는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오연서)과 친해지며 삶의 전환점을 발견한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읊조리고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수민은 이랑에게 여러 영감을 주기 충분하다. 둘이 우정을 쌓아갈 무렵 이랑 앞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픈 꿈 많은 소년 철수(송창의)가 나타난다. '러브 스토리' 같은 청순한 사랑을 꿈꿨던 이랑은 순진무구한 철수와 야릇한 감정을 나누게 된다.

지나간 시절을 불러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러브 스토리'의 눈밭 장면 등을 그림으로 그대로 옮겼고, 이장희와 남진의 앨범 재킷 등도 꼼꼼하게 재현한다. 부드러운 선과 맑은 색채가 조화를 이룬 화면이 수려하다. 오래도록 시간에 묻혔던 옛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지닌 기술적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진지한 시대극이 아닌, 향수 자극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지만 아쉬움도 있다. 영화는 1960년대의 풍경과 70년대의 일들을 뒤섞었다. 화면은 실사영화 못지않게 사실적이면서도 시간은 혼재된 서술 방식이라 몰입이 쉽지 않다. 흑백 TV화면 속에서 김일의 레슬링 경기와 드라마 '여로'(1972년 방송)가 나오는데 이랑의 방 벽엔 80년대 영국의 인기 그룹 듀란듀란의 브로마이드 사진이 붙어있는 식이다. 60년대와 70년대를 교복을 입고 관통한 세대가 과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제작사 '연필로 명상하기'는 기획에서 개봉까지 11년이 걸렸고 총 10만장의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고 밝혔다. 11년과 10만장이란 숫자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심 어린 성실함이 화면 곳곳에 묻어난다. 안재훈 한혜진 감독. 23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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