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전쟁/폴린 매튜 지음·임은성 옮김/북코리아 발행·388쪽·2만원
전쟁 개시를 정당화하기 위해 흔히 '선제'라는 개념이 동원된다. 상대국이 자국의 안보를 매우 위태롭게 하거나 공격이 임박해 이를 방치할 경우 자국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감행하는 공격을 '선제전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차 침략해 올 가능성이 있는 인접국 또는 가상 적국의 침략 기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으키는 전쟁은 '예방전쟁'에 속한다.
'선제전쟁'은 사실상 방어적 개념으로 국제법으로 인정받지만 '예방전쟁'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국가들이 이 '예방전쟁'이 필요한 상태 또는 그보다 못한 불안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선제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선제전쟁> 의 저자인 플린 매튜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그 대표적인 예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이라고 지적한다. 선제전쟁>
그는 부시의 선제 독트린의 중심에는 새롭게 도래한 테러리즘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적들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통해 적과 교전해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공격은 도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시는 미국의 범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이라크나 다른 국가들과의 전쟁을 열정적으로 주장하는 네오콘의 의견을 수용했다. 부시 정부의 '자위적 방어'는 세력을 팽창하기 위한 것이었지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이런 논리라면 독일이 1914년 유럽 국가를 공격한 것도, 일본의 아시아 침략도 방어를 위한 '선제전쟁'이 되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저자가 선제적 공격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제적 공격에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는 점과 지금까지 '선제'로 포장된 공격을 돌이켜 볼 때 도덕적 정당성이 없거나 그러한 공격을 통해 선제 공격한 측이 얻은 이익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 한다. 나폴레옹의 유럽 침공부터 한국전쟁, 이라크전쟁까지 현대사의 주요 전쟁들이 어떻게 '선제'라는 이름을 '이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권정식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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