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윤모씨는 몇 해 전 여행한 중국에서 여러 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드라마 '대장금'이 주인공 이영애 사진을 내건 식당이 적지 않았고, 한국의 유명 여배우 사진이 실린 산부인과 광고 전단도 접했다. 졸지에 노래방 광고 모델이 된 여배우까지 있었다. 중국 업체들이 인터넷 등에서 구한 사진을 배우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배우들은 알지도 못한 채 이미지가 깎이고 중국 업체들만 돈을 번 꼴이다.
이런 한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로라 하는 국내 기획사들이 뭉쳤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등 연예기획사 6곳이 초상권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 해외업무 지원을 위한 회사 UAM(United Asia Management)을 공동 설립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체계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회사를 함께 만든 건 처음이다. UAM은 24일 공식 출범한다.
UAM는 참여한 회사들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등 소속 그룹이 최근 프랑스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SM엔터테인먼트, 그룹 2NE1과 빅뱅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 배용준과 가수 김현중의 소속사 키이스트, 비와 원더걸스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장동건 현빈의 AM엔터테인먼트, 수애 등이 속한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았다. 해외 업무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드림팀인 셈이다.
6개사가 각각 출자했고 대표이사는 정영범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맡았다. 정 대표는 "정보 부족 등으로 해외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껴왔다. 각 회사의 네트워크와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해외 진출 전략을 벗어나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현지 중개인을 솎아내 한류의 뿌리를 튼실하게 하겠다는 것도 UAM의 설립 목적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거대 연예기획사 연합체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UAM은 일단 아시아 지역 업무 지원 역할만 할 계획이다. 스타 발굴과 관리 등 업무는 6개사가 예전처럼 각각 진행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의 활동 여부는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방송사 등을 견제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를 통하면 드라마나 영화를 수출할 때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개사 이외 연예기획사의 업무도 대행할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UAM의 등장을 연예계는 대체로 반기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모델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김민숙 바른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거대 시장 중국에 진출할 때 믿을만한 국내 조직이 있으면 아무래도 업무가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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