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유소들은 기름이 모자란다고 아우성들이다. 특히 GS칼텍스 주유소들이 그랬다.
GS칼텍스측은 이 상황을 은근히 주유소와 SK에너지 탓으로 돌렸다. 100원 할인 기간이 다음달 6일로 끝나는 데 이를 앞두고 주유소들이 기름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SK에너지의 할인방식(정상결제 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방식)이 복잡해 운전자들이 GS칼텍스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었을까. 일부 그런 요인이 있었을지 몰라도, 전부 그런 건 아니었다. GS칼텍스의 전남 여수공장 설비가 10일 넘게 고장이 났고, 이 고장 때문에 기름 제품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 때문이 아니라 공급차질 때문에 기름이 부족했는데도 GS칼텍스를 이를 쉬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GS칼텍스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여수 공장 제3 고도화 시설(중질유분해시설)이 디젤 색상 불량으로 등유와 경유 생산에 이상을 보인데 이어 18일부터는 제4 고도화 시설(등경유탈황시설)이 일부 부품 손상으로 경유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제4고도화 시설은 보수가 끝나 오늘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며 "제3고도화 시설은 25일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4고도화 시설이 고장이 난 5일 동안(18일~22일) 경유 35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빚어졌고, 제3고도화 시설은 25일부터 정상 가동이 된다 해도 등유와 경유 45만 배럴을 제 때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최근 인천 부평 일대 주유소들이 석유 제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큰 상황에서 배가 항구에 와있으면 일단 기름을 줘야 한다"며 "내수공급은 당연히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일부 주유소에서 공급 물량이 차질을 빚은 것은 이 달 들어 주유소 주문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휘발유 25%, 경유 36%나 늘었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여수공장 고장은 휘발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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