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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대기자들, 민관 싸움에 희망이 눈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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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대기자들, 민관 싸움에 희망이 눈물로…

입력
2011.06.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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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김정숙(36)씨는 한 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다.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한 지 15년, 천신만고 끝에 기증자가 나타나 7월 중순께로 수술 날짜까지 잡았지만 이달 초 수술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기증자의 마음이 돌아섰거나 검사결과가 부적합하게 나와서가 아니다. 장기이식등록과 관리를 통합 운영하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김씨의 수술승인을 거부했기 때문. 김씨는 "이제는 살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났다"며 "당장 사람 살리는 게 중요하지 법이 그렇게 대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수술을 발목 잡은 것은 지난해 개정돼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이에 따르면 이식대기자 등록은 의료기관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한정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 민간단체들은 더 이상 이식대기자 등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신규등록자뿐 아니라 이미 등록돼 있는 이식대기자들도 이 법에 따라 수술을 거부당하는 데 있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에 등록됐다는 이유만으로 이식대기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데 KONOS측은 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김씨 역시 두 번이나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거부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흥수 KONOS 장기이식과 과장은 "이번에 수술 승인을 보류한 것은 장기이식정보시스템(K-NET)에 등록돼 있는 이식대기자의 정보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며 "병원에 등록된 이식대기자가 아니라 실정법에는 위배되지만 법 적용 이전에 등록됐던 만큼 장기매매 가능성 여부 등 확인 절차만 제대로 갖춘다면 바로 승인을 내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ONOS는 운동본부가 이식대기자 등록 업무를 병원으로 빼앗긴 데 반발해 이식대기자들을 볼모로 법률개정을 문제 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처럼 운동본부에 등록된 이식대기자는 943명. 하지만 이들이 장기기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흥수 과장은 "일선 병원을 방문해 이식대기자로 새로 등록하거나 그보다 더 손쉬운 방법은 운동본부가 이식대기자 정보를 병원으로 한꺼번에 넘겨주면 KONOS에 자동으로 등록된다"며 "의외로 간단한 문제인데 운동본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식대기자 입장에서 보면 기증자를 연결해주는 기관이 운동본부에서 KONOS로 달라질 뿐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

그러나 운동본부는 이식대상자 등록을 병원에만 한정하는 개정 법률로 인해 장기기증문화가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이식등록자뿐 아니라 장기기증희망자를 상담하고 관리하는 업무까지 일선 병원에 맡겨지게 된다.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장기기증희망을 독려하는 홍보활동을 통해 희망자들을 모집하는 일에 그친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병원에서 장기기증 상담을 하는 사람은 사회복지사 1명인데 따로 전문적인 기관이 구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넘쳐나는 희망자들을 체계적으로 상담하고 수용할지 의문"이라며 "20년 동안 우리 단체가 축적한 잠재적인 기증자 발굴 노하우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법 개정을 주도한 보건복지부는 "환자인 이식대상자 등록과 기증자 연결 업무를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민간단체가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장기매매 가능성 등도 차단하기 위해 국가기관으로 일원화한 것"이라며 "다만 법 개정 이전에 본부에 등록됐다고 주장하는 943명 중 K-NET에 기재돼 있는 239명에 대해서만 기증자 연결업무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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