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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사흘간의 동행] (24)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무대 선 스탠퍼드大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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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사흘간의 동행] (24)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무대 선 스탠퍼드大학생들

입력
2011.06.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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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한 무대장치와 상황 설정, 그러나 분명했던 메시지 "평화"

“We are so closed(거의 다 왔어)!”

20일 오후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 공연장.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다음날 공연할 뮤지컬 ‘Pawn’의 연출을 맡은 카르미아 찬 카오(22ㆍ스탠퍼드대 영문창작 전공)씨가 학생들을 격려하며 북을 두드렸다. 기타 두 개와 건반 하나, 실로폰, 중국 현악기. 보잘것없는 구색이지만 학생들은 열심히 박자를 맞췄다. 확실히 프로의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렇고 검고 하얀 피부의 학생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아름다웠다.

달구벌서 땀 흘리는 스탠퍼드 학생들

이들은 18일 개막해 7월 11일까지 열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딸림행사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 참가한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 학생들이다. 역사학에서 음악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제각기 꿈을 안고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밴드에서 중국 전통 4현악기인 류금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리친(20ㆍ음악 전공)씨는 “기본 패턴은 있지만 악보는 없는 즉흥연주를 할 때가 있어 힘들지만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키보드에 앉은 아시아계 미국인 네이튼(19ㆍ음악)씨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가 꿈인데 쇼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뮤지컬 ‘Pawn’은 주인공인 중국계 캐나다인 아브라함 뉴가 9ㆍ11 테러로 목숨을 잃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나토군으로 파견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미군의 폭격 직전에 현지 어린이들을 구하려다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되는 ‘시간의 전당포’에 빠져 이민자로서 차별 받았던 자기 부모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자신의 뿌리도 아프간인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은 뉴는 사랑과 평화를 말하며 극을 마무리한다.

젊음, 뮤지컬로 ‘반전 평화’를 외치다

공연장 연습 첫 날인 19일 오전 연습 현장에서는 배우와 스태프의 구분이 없었다. 이들은 함께 노래하며 공연에 쓸, 하늘ㆍ바닷가 풍경을 담은 대형 천 그림을 펼쳐 천장에 올렸다. 조명 설치 때문에 무대에서 연습을 할 수 없게 되자 백 스테이지에 모여 손바닥을 맞추며 미국식 ‘3.6.9’게임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배우 16명을 포함해 총 28명의 학생들을 머나먼 이국 땅에서 노래하고 춤추게 한 것은 무엇일까.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극본 작사 작곡 연출을 도맡은 찬 카오씨는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쓸 때 9ㆍ11 테러는 미국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는 점에 착안했다”며 “궁극적으로 사랑과 가족을 통해 죽음과 공포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시간의 전당포’에서 주인공 아브라함을 안내하는 거인 레고 역할을 맡은 샘 줄리안(23ㆍ영문창작)씨는 키 190㎝ 거구의 백인이다. 얼굴에 먹칠을 하고 내복 같은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땀을 흘리던 그는 “작가를 꿈꿔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고, 정직하게 고통을 다루는 솔직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며 “불공평한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나를 움직인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21일, 드디어 공연 날이다. 전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된 연습에 지친 탓인지 오전 리허설 때 학생들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 보였다. 햄버거와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난 뒤 다시 생기를 찾았다. 1,000석이 넘는 대형공연장도, 기립박수에 관대한 서양인과 달리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동양인 관객들만 상대로 한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다. 얼굴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다들 자신감이 넘쳤다.

뉴욕 제프리 발레학교 출신으로 현대무용도 했던 알리사 미첼(23ㆍ예술, 역사)씨가 가장 고민이 많을 것 같았다. 전문배우나 전공자가 아닌 이들은 대부분 몸이 뻣뻣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태까지 공연하던 곳보다 무대가 커서 사람을 더 넣고 춤도 새로 짜서 자리와 파트너가 많이 교체됐는데 팀원들이 헛갈리지 않을지 조금 걱정된다”면서도 “우리 공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많이 다르고 나 역시 안무 전문가가 아니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아브라함 뉴 역을 맡은 일본계 미국인 알렉스 카네코(21ㆍ음악)씨는 이날 머리를 박박 밀고 왔다. 공연 직전 군복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있던 그는 “머리를 민 것쯤이야 새로운 경험을 위한 것이니 괜찮다”며 “우리는 전문 배우들 아니라서 공연이 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인류 보편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분명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은 市墟?구석이 많았다. ‘시간의 전당포’에 빠진 극적 상황이나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 등을 대사로 처리해 지나치게 설명적인 느낌을 줬다. 무대 자체로 관객을 설득하는 장르 특성을 살리지 못한 셈이다. 학생들이 무대장치와 배경은 사실 초라했다. 전문배우가 아닌 이들의 노래와 춤 실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대부분 유명 브로드웨이 공연을 무대에 올려 만석이 된 국내 대학 팀들의 공연과 달리, 객석도 절반은 비어있었다. 자막으로 극을 이해해야 했던 탓인지 객석의 박수 소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이 작품에 쏟은 열정과 노력만큼은 객석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특히 소품에서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음 이탈이 있어도, 마이크에 잡음이 일어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 있게 연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환호했다. 아브라함 뉴의 엄마 역할을 맡았던 세라(21ㆍ국제관계학)씨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조금 피곤하고 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게 슬프다”고 했다. “웃고 우는 지점 등 관객의 반응이 미국에서 공연할 때와 조금 달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1년 넘게 연기에 참여하고 국제 투어까지 해본 경험이 너무 소중해요.”

먼 이국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안고 온 학생 배우들, 그들과 함께 한 사흘은 한여름으로 접어든 대구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만국공통어 노래와 춤의 힘이 새삼 느껴졌다.

대구=김청환기자 chk@hk.co.kr

■ 규모 작아진 페스티벌… 왜

지난 18일 오후 7시 대구 두류공원 내 코오롱 야외음악당. 올해로 5회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전야제가 열렸다. 축제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DIMF 집행위 직원들은 다소 풀 죽어 있었다. 올해 전야제 참가 인원이 2만~3만명으로, 지난해(5만여명)보다 크게 줄 었기 때문이었다. 지역 축제 가운데 모범사례로 꼽혀온 DIMF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DIMF에 대한 문예진흥기금 지원액은 지난해 11억원에서 올해 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 행사는 매칭펀드 형식으로 진행되는 터라 대구시의 지원금 역시 절반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DIMF 정직원은 10명에서 7명으로 줄었고 식사비와 최소 일비를 받는 자원봉사자도 287명에서 200명으로 줄었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역축제의 경우 국고에서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 주체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문예기금의 지자체 공연예술 활성화 지원 대상에 포함된 DIMF는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도 6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DIMF 관계자는 "지역축제 중에 가장 높은 호응을 받는 DIMF가 최고 10억원을 지원하는 관광축제가 아닌 지자체 공연예술 활성화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은 잘못"이라며 "1,000석 이상 공연장이 11곳이나 되고 뮤지컬 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구의 뮤지컬축제를 머드축제나 토마토축제와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예산 축소에 따라 DIMF의 공연은 25개에서 17개(공식초청작 9→6개, 창작지원작 6→3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10→8개)로 줄었다. 그런데도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의 중국 라이선스가 공연 첫날 팔려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제작비 100억여원을 들인 중국의 '사랑해, 테레사'를 폐막작으로 초청하는 등 질 높은 공연도 많아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원회의 업무지원 범위 조정으로 지난해 지역축제 지원대상을 국고에서 문예기금으로 바꿔서 생긴 일"이라며 "DIMF가 우수관광축제 지원에 공모해 1등을 하면 최대 10억원의 문예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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