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암 치료법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의학의 표준 암치료법은 수술과 방사선요법, 화학요법(항암제)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주로 혈액암을 제외한 고형암 1~2기나 드물게 3기 초 정도의 암에만 해당한다. 그 이상 진행된 암이나 전이되고 재발한 암은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도 국소적인 치료에 그치고, 항암제로 치료되는 암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같은 3대 표준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면역세포 치료다. 면역세포 치료는 자신의 몸 속에 존재하는 건강한 면역세포를 뽑아내 외부에서 활성화시킨 뒤 다시 투여하는 방법으로 '제4의 암치료법'이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는 NK바이오, 이노셀, 이노메디시스 등 바이오회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1,2개의 면역세포를 증식해 암을 치료하는 '단일 면역세포 치료'를 하고 있다.
인체는 원래 면역 기능이 있어 몸에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공격해 제거한다. 암도 예외는 아니다. 인체 내에서는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모든 사람이 암이 걸리지 않는 것은 면역세포가 쉬지 않고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면역세포가 상처를 받으면 암세포의 발호를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이 약해진 면역세포를 환자의 몸에서 꺼내 강하게 한 뒤 인체 내에 다시 넣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바로 면역세포 치료다.
일본 구마모토현 소재 센신병원 구라모치 츠네오 박사는 40년에 걸쳐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인체 림프구 면역기능의 규명과 면역세포 치료에 관한 연구를 해온 면역세포 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구라모치 박사는 2006년 세계 최초로 5종 면역세포(NK세포, NKT세포, 킬러T세포, 감마델타T세포, 수지상 세포)를 이용한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을 개발해 암 치료에 나서고 있다.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환자의 5종 면역세포를 확보하기 위해 30㏄정도의 피를 뽑는다. 채혈 당시 500만~1,000만개의 면역세포는 2주간 세 차례에 걸쳐 20억~50억개로 배양ㆍ활성화돼 환자의 몸에 다시 돌려보낸다.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이기에 부작용이 극히 적고, 몸과 마음의 고통이 거의 없다.
구라모치 박사팀에 따르면 2006년 1월~2011년 3월 암 환자 141명(남성 68명, 여성 73명)을 대상으로 5종 복합면역요법 1사이클(6회) 치료 전후의 상태를 비교했다. 141명의 환자 가운데 130명(92%)은 3기A 이상~4기로 치료를 시작할 당시 수술이 불가능하고, 다른 장기로 퍼진 진행암이었다. 치료 결과, 환자의 20%(28명)는 종양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었고, 종양 수치가 내려가 재발이 없었다. 또한 39%(55명)는 종양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으나 종양 수치가 내려가고 전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59%에게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장기 별로는 대장암 환자 18명 가운데 12명(67%), 위암 12명 중 8명(67%), 유방암 17명 중 11명(65%), 폐암 24명 중 14명(58%), 간암 12명 중 7명(58%) 순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구라모치 박사는 "면역세포치료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도쿄여대 의대와 지바대 의대 등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암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면역세포치료는 1,2개 면역세포만 활성화해 암을 치료했지만 면역세포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이것만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은 환자의 피에서 5개의 면역세포를 분리ㆍ증식해 환자에게 주입함으로써 치료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합면역세포 치료 후에는 항암력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꽃송이버섯(하나비라다케) 추출물인 MH-3 보조식품을 쓴다.
최근 국내에서도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달 수십 명의 전이ㆍ재발암 환자가 비싼 치료비와 항공료 등을 감수하고 이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 센신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의 1회 치료비는 400만원 정도며, 3개월 정도 걸리는 기본 1사이클(6회)을 받는 데 2,400만원이나 든다.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법의 국내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선진바이오텍 양동근 대표는 "현재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2,3개 병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머지않아 국내 병원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5종 복합면역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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