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가 3년 전 출연한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출연료 일부를 아직까지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급 배우들은 일단 이 돈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되풀이 되며 드라마와 영화계를 좀먹는다는 점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22일 불량 외주제작사가 출연료를 상습적으로 미지급하고 방송사들이 이를 방관해왔다고 규탄했다. 해당 작품의 제작사와 제작자, 제작 PD 명단을 공개하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이들이 만드는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된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32편, 출연료 미지급액은 총 22억원이 넘는다. 드라마 17편에 15억원, 영화 15편에 7억원 정도다. 드라마에선 '그들이 사는 세상'이 4억3,925만원으로 가장 액수가 컸다. 이 드라마에 송혜교와 함께 나온 현빈 역시 출연료 일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속사가 협회에 등록하지 않아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MBC '역전의 여왕' '파스타', SBS '나쁜남자'처럼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도 끼어 있었다. 영화는 2009년 개봉한 '걸프렌즈'가 2억1,500만원으로 미지급 출연료가 가장 많았고, '하녀'(1억4,500만원), '영화는 영화다'(1억2,000만원), '황해'(1억500만원)도 액수가 컸다.
출연료 미지급은 고질적 병폐로 연기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특히 문제는 조연급들의 출연료 미지급이다. 이 관계자는 "총 미수금 중 스타급 출연료가 20%고, 나머지는 다 조연급들 것"이라며 "생계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오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배우들도 이런데 스태프 사정은 오죽할까. 한 영화 스태프는 "배우들은 그래도 이렇게 하소연하고 집단행동에라도 나설 수 있지만, 여차하면 잘리는 스태프들은 그럴 힘도 없다"며 "임금 체불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토로했다.
연매협은 "불량 제작사들은 대표이사와 상호만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출연료 등 지급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습 체불을 일삼는 외주제작사와 이를 방관하는 방송사에 더 확실한 페널티가 나오기 전까지는 나쁜 관행이 쉬이 고쳐질 것 같지 않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문제가 불거지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사태 수습에만 급급할 뿐 구조적으로 손 볼 생각을 안하고 있다. 한가하게 팔짱만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스타급 배우들까지 출연료를 떼이는 마당에 나머지 현장 상황이 어떨지는 뻔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연매협의 움직임에 대해 "강경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불량 제작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방송사도 나설 차례다. 불량 제작사로 판명 날 경우 아무리 그럴싸한 기획과 스타 캐스팅을 들이밀더라도 방송 편성을 하지 않는 등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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