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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스타일 - 우비소녀들이 질주하오…비는 아니 와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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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스타일 - 우비소녀들이 질주하오…비는 아니 와도 좋소!

입력
2011.06.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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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다. 그녀가 탄 비행기를 뒤로 한 채 그는 말없이 공항을 빠져 나왔다. 희뿌연 안개가 내려 앉았다. 그를 감싼 레인코트의 실루엣이 안개 속에서 점점 희미해졌다.

일흔 살 된 추억의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릭(험프리 보가트)과 일자(잉그리드 버그만)가 헤어지는 장면이다. 어쩌면 카사블랑카를 비롯한 영화들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레인코트가 쓸쓸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한 이유 말이다.

그런데 요즘 레인코트,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쓸쓸하기는커녕 발랄하고 상큼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배우들도 이별 영화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레인코트를 입는다. 장마철을 앞두고 레인코트와 레인부츠 등 레인웨어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급부상한 패션 아이콘

최근 방송된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서우에게 '우비소녀'란 별명이 생겼다. 판초(가운데 난 구멍으로 머리를 넣고 앞뒤로 늘어뜨려 입는 망토 모양의 옷) 형태의 레인코트를 입은 모습이 깜찍하다며 네티즌들이 붙여준 것이다. 가수이자 배우인 장나라도 우비소녀 대열에 최근 동참했다.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오렌지색 레인코트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왔다. 이들보다 한발 앞서 우비소녀가 된 배우는 이민정. 화보 촬영 때문에 방문한 유럽에서 레인코트를 입고 찍은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에 올랐다.

이렇게 레인코트는 어느새 20~30대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이 됐다. 아웃도어나 스포츠 브랜드들에선 최근 이들 배우가 입은 레인코트에 대해 소비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인코트, 아니 우비는 비가 오는 날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장화와 함께 어쩔 수 없이 입는 옷이었다. 젖지만 않으면 되니 대부분 값싼 소재로 만들어 활동하기에도 거추장스러웠다.

그러다 2005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에서 모델 케이트 모스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장화를 신고 나오면서 눈길을 사로잡았고, 모스의 팬들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남성복 커스텀멜로우 손형오 디자인실장은 "남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장화를 일상적인 패션에 접목시켰고, 그게 대중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빠르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장화와 쌍을 이루는 우비도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방수 기능은 물론 활동하기 편한 고급 소재를 쓰고, 모양도 색상도 세련돼졌다. 그 옛날 촌스럽던 우비와 장화는 레인코트와 레인부츠라는 도시적인 레인웨어로 변신했다.

비 올 때도 안 올 때도

최근에는 레인코트가 평상복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골프 브랜드 엘로드의 최서희 디자인실장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 평상복 겸용 레인코트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변덕스러운 날씨가 잦아지면서 비 올 때나 맑을 때 모두 입을 수 있는 세련된 레인코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엘로드가 이번 시즌 출시한 레인웨어는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판매율이 80%를 넘었다. 평상시에는 바람막이 점퍼로, 비가 올 때는 레인코트로 입을 수 있다.

미국 골프 브랜드 잭니클라우스는 여행용 레인코트를 내놓았다. 보통 땐 나들이용 코트로 맵시 있게 입다가 비가 오면 레인코트로 활용할 수 있다. 300장 생산했는데, 현재 250장 정도 팔렸다. 작게 말아 주머니에 넣으면 핸드백이나 배낭에 휴대하기도 편하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은 세라 재킷과 사라문 재킷 등 다양한 디자인의 레인코트를 선보이고 있다. 세라 재킷은 밑단이 볼륨 있게 부풀어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사라문 재킷은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면서도 무겁지 않다는 게 에이글 측의 설명이다.

독일 골프 브랜드 보그너에선 최근 한 달 간 레인 아이템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봉제선 없이 고정하는 심 실링(seam sealing) 가공법을 이용해 봉제선 사이로 들어오는 빗물까지 차단한 방수성이 눈에 띈다. 소매 부분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고, 같은 색상의 발 토시와 모자까지 함께 구성한 점도 이색적이다.

레인웨어 포인트 부츠

지난해부터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레인부츠는 올 들어 레인코트 붐에 힘 입어 더욱 인기몰이 중이다. 레인코트만으론 자칫 밋밋하거나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에 포인트를 가미해주는 것도 바로 레인부츠다.

최근 계절을 넘나들며 사랑 받고 있는 화사하고 다채로운 비비드 색상의 레인부츠가 많이 나와 있다. 여기에 짧은 반바지나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매치하면 여성스러운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레인부츠는 종아리 길이와 무릎 길이 등 기장 별로 출시돼 신는 사람의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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