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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이버대학 교수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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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이버대학 교수의 즐거움

입력
201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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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다. 나는 기자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이후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빗대어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된 커밍 아웃이 심심치 않게 인구에 회자된다. 아마 이러한 측면에서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영화평론가 노릇도 하지만 "나는 사이버대학 교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처음 교수로 부임할 때는 사이버대학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냥 평소에 존경하는 지도 교수께서 "가보라"고 하신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나는 별다른 토를 달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대구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 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내가 재직하고 있는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를 거쳐 졸업한 제자들도 줄잡아 300여명은 넘을 것 같다.

사이버대학의 최대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지리적 물리적 경계를 뛰어 넘는 데 있을 것이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사이버대학은 심리치료 특성화 대학으로 대구를 거점지역으로 삼지만, 학생들은 팔도 각지에 흩어져 있다. 나 역시 서울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한다. 강의는 인터넷을 바탕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캐나다에도 인도에도 일본에도 제자들은 널리 퍼져 있다.

사이버대학이라고 해서 학점 관리가 느슨할 것 같지만, 강의를 수강해 본 제자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은 "심리학 공부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오프라인에서 스터디를 조직해서 대면 강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수들은 주말이나 토요일마다 각종 워크숍과 간담회를 통해 학생들과의 심리적 간극을 좁혀 나가려고 애쓴다. 무엇보다도 제자들을 만나서 감동 받는 것은 대부분의 제자들이 자신들의 인생 행로를 바꾸려 뒤늦게 공부를 택한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는 점이다.

집안이 어려워서, 딸이라는 이유로, 거동조차 하기 힘들어서 불가피하게 진학을 하지 못했던 제자들. 그렇기에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겪은 삶의 고통을 바탕으로 좋은 상담자가 될 자질을 갖추고 단단한 각오로 공부에 임한다. 이런 친구들일수록 학부를 졸업한 후에 성취도 남다르다.

또 이미 튼실한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심리학을 선택한 친구들도 있다. 소방관, 군인, 경찰, 문화재청 공무원, 어린이집 교사, 목회자, 스님. 대체 이 공부가 왜 필요할까 궁금해지는 다양한 계층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귀밑 머리 허연 제자들은 자폐아 아들을, 돌보는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부하 군인들의 자살을 막아 보기 위해, 자주 만나는 민원인들이나 신도의 마음에 더 다가가기 위해 이 공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나는 이 제자들을 만나 심리학 지식을 가르쳐 주지만, 오히려 삶의 측면에서 제자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이들을 내 삶 안에서 조우하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 주고, 치유의 과정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고 기적적이다.

사실 오늘 이 칼럼이 내가 한국일보에서 마지막으로 연재하는 칼럼이다. 그래서 특별히 오늘 칼럼은 제자들 생각을 하며 쓰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지금도 '지도와 미로' 같은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잠을 깎아 상아탑을 만드는 그대들이여. 꿈은 그것이 지속되는 한 현실이다. 삶에 대해 뭘 더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대들을 믿는다. 그대들이 잘해 나왔고, 잘할 것이며, 잘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것을. 믿음과 사랑으로 응원하면 바보라도 영웅이 된다고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누군가를 상담하고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게 될 그대들을 오늘은 내가 응원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학과 상심과 제자들. 파이팅!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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