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 인수경쟁이 재계의 큰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포스코와 CJ, 롯데의 3파전에서 포스코 대 CJ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더니, 이번엔 삼성이 포스코 쪽에 전격 가세함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전은 국내 대표 재벌그룹간 미묘한 신경전 속에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올 기업 인수합병(M&A)의 최대 빅매치가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SDS는 23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 중인 포스코와 손잡고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의는 삼성SDS가 이달 초 포스코에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대한통운 매각주간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총 37.6%의 매각을 추진중인데, 삼성SDS는 포스코 컨소시엄에서 5%를 인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전은 포스코ㆍ삼성SDS컨소시엄과 CJ의 양자대결로 굳어질 공산이 커졌다. 당초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롯데그룹은 눈독을 들였던 금호터미널 분리매각 방침이 결정된 뒤 열기가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사실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의외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이 범 삼성가(家) 일원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애초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선 배경 중 하나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해외 수출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또 CJ그룹의 물류계열사인 CJ GLS는 지난 2006년 삼성물산 자회사인 HTH를 인수하면서 국내 택배시장의 선두권에 진입했다. 해외물류 및 3자물류 전문기업에서 국내ㆍ해외를 모두 아우르는 대형 물류회사가 된 데에는 사실상 삼성 측의 도움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CJ는 삼성이 포스코와 손잡은 것 자체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컨소시엄 참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SDS는 이번 결정에 대해 "물류IT서비스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CJ그룹과 사촌그룹이라 해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란 얘기다. 포스코 관계자도 "대한통운을 글로벌 물류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우리의 방침과 물류 위치추적시스템(SCM) 사업 등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삼성SDS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철저히 사업성을 따졌고, 그 결과에 따라 의기투합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업계에선 다소 수세에 몰렸던 포스코가 삼성의 가세로 힘을 받게 됨에 따라 인수전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대 1조원으로 예상됐던 인수가격도 다소 올라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연간 물류비용이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코 관계자는 "아르셀로미탈이나 신일본제철 등 세계적 철강회사들이 모두 물류 자회사를 두고 있는 만큼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하면 철강제품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CJ관계자는 "비용부담이 없진 않지만 3자ㆍ해외물류 위주인 CJ GLS가 글로벌 전문 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하드웨어가 강한 대한통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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