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다음달부터 시작해 연내, 늦어도 내년 봄 이전까지 1만명이 철군하고 이어 내년 말까지 추가로 2만명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일정을 확정하고, 이를 22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백악관은 21일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참석한 외교안보 회의를 열고 아프간 철군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은 9만9,000여명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1월 당시의 3만6,000여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탈레반의 공세가 거셌던 2009년 12월 3만명의 병력 증파를 결정하면서 18개월 뒤인 올해 7월부터 철군을 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철군은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4년 12월까지 아프간에서 전투임무를 마치고, 치안을 아프간 보안군에 넘길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남은 7만여명의 미군도 2014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철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철군을 결정하기까지 미 행정부에서는 진통이 컸다. 게이츠 장관 등 국방부 수뇌진은 "대규모 철군은 아프간의 안보를 취약하게 할 수 있다"며 '완만한 철군'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백악관 참모진은 아프간전에 대해 극도로 악화한 여론을 감안해 '상당한 수준'의 철군을 주장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철군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내년 대선에 임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아프간의 안보'보다 국내의 '정치적 이해'를 우선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장관도 백악관 안보회의에서 여론과 의회의 점증하는 철군 압박을 거론하며 "국내 정치적 우려도 전쟁에 관한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후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철군에 따라 아프간의 전황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달 20일 미군에게서 치안권을 이양받는 아프간의 2개 주와 5개 시에서는 벌써부터 탈레반의 반격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에 평화협상이 재개됐지만, 미군 철군이 본격화할 경우 아프간 정부의 협상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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