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카드'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에 온갖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를 보면 영업상 필요하다며 8개월 동안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 2,000만원을 쓰는가 하면, 퇴임직원 환송회로 유흥주점에서 2,000만원을 결제했다. 주말과 공휴일에 업무와 관련 없이 989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사용했다. 모두 규정된 용도를 위반한 것으로, 불과 6곳에서 1년 반 동안 10억원의 부당사용이 적발됐으니 법인카드의 전체 비리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클린카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건전한 회계, 재정 운영과 신뢰회복을 위해 2005년 도입했지만 편법과 부정, 사적 사용이 끊이질 않았다. 카드 사용이 안 되는 제한업종을 대폭 늘리는 등 규정을 강화했지만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각 기관은 카드사에 금지업종 해제를 요청한 뒤 유흥업소에서도 클린카드를 쓰는 편법을 썼다. 권익위가 이번에 적발된 기관들에게 해당 직원 징계와 부당사용 금액의 환수조치를 요구해도 꿈쩍도 않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인카드 비리 방지를 위해 앞으로 상시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 적발되면 해당 기관 감사관실에 통보하고, 연말에 1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사용내역을 강도 높게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으로 법인카드 비리가 근절될 리 만무하다. 잠시 주춤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개를 들 것이 뻔하다. 기관들은 더 교묘한 방법을 찾을 것이고, 발각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로 적당히 깔아 뭉개면 그만이다.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인 양 사우나 미용실 등에서 펑펑 쓰고, 과다접대를 숨기기 위해 분할 결제하고,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도 제재할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 부정과 비리 척결 차원에서라도 법인카드 비리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비리사실을 외부 공개하고, 기관과 기관장 평가에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큰 도둑도 잡아야 하지만, 온갖 편법으로 나라 살림 축내는 작은 도둑들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