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벌그룹이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맺지 않아 조세피난처로 의심되는 국가에 해외법인을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순위 30대 그룹의 해외법인은 5월 말 현재 1,942개로, 작년(1,812개)보다 7.2% 늘었다. 이중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있는 법인은 141개에서 167개로 18.4%나 급증했다. 특히 조세조약 미체결국 가운데 다국적기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집중된 버진아일랜드, 모리셔스, 파나마, 케이만군도, 버뮤다, 마샬군도 등 조세피난처 6개 지역의 해외법인이 작년 25개에서 올해 38개로 34%(13개)나 치솟았다.
조세조약은 세금 회피나 비자금 은닉 등을 막기 위해 국가간 체결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77개국과 맺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정한 38개국과는 대부분 조약을 맺지 않았다. 이들 지역은 세금이 아예 없거나 미미하고, 다른 정부와 금융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다국적기업들이 돈세탁이나 비자금 은신처로 자주 이용한다.
30대 그룹 중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법인이 가장 많은 곳은 롯데로, 작년(29개)보다 4개 증가한 33개였다. 새로 추가된 4개는 케이만군도(2개)와 버진아일랜드(1개), 모리셔스(1개) 등 모두 조세피난처에 설립됐다. 삼성은 1년 새 7개가 늘어 총 30개에 달했고, LG는 작년 13개에서 올해 21개로 8개가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SK 20개, 현대 8개, 동양 7개, 한화 STX 한진 각 5개 등이었다.
롯데 측은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법인을 둔 해외기업을 인수한 경우가 80%가량 된다"고 해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반박 보도자료에서 "해외법인은 대부분 실제 영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조세회피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인의 위치가 아니라 해외관계사와의 상호거래나 채권ㆍ채무 현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해외법인은 국내에 알려진 정보가 없어 (조세회피 목적이라는)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세청이 재벌그룹과 해외법인간 거래 목적 등을 파악하고, 조세피난처 국가와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적극적으로 맺어 금융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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