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사적 258호) 구역 안에 10층 건물을 짓고 진입로에 광장을 만드는 내용의 개발 계획안이 최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데 대해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명동성당의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 역사와 민주화 운동의 성지라는 상징적 가치를 흐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도코모모코리아(근대건축보존회ㆍ회장 김종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명동성당 개발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이 단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성당 개발 계획을 발표한 2009년부터 줄곧 이의를 제기해왔다.
8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명동성당 개발안은 2029년까지 잡힌 4단계 계획 중 2014년 완료되는 1단계 계획안이다. 지하 4층 지상 10층의 교구청 신관을 짓고 성당 진입부를 계단형 녹지 광장으로 만드는 게 골자다. 교구청 신관은 앞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12층 건물로 승인을 받았으나 서울시 심의에서 10층으로 낮춰졌다. 서울시는 명동관광특구 개발 계획의 일부로 명동성당과 주변 4만8,800㎡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4단계 계획까지 모두 완료되면 명동성당과 주변은 본당 건물과 문화관, 가톨릭회관 정도를 빼곤 모습이 완전히 바뀐다. 1898년 명동성당 건립 이래 가장 큰 변화다.
명동성당 주변 정비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숙원이었다. 녹지 광장 조성은 일요일 미사 때마다 사람과 자동차가 뒤엉켜 혼잡하고 위험한 진입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교구청 신관 건립은 현재 3개 건물에 흩어져 있는 주요 부서를 한데 모으기 위해서다.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1단계 개발안은 내달 초로 예정된 결정고시(관보 게재)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결정고시가 되면 착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중구청의 건축심의와 교통영향 평가가 남아 있지만, 결정적 하자가 없는 한 서울시 심의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 착공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도코모모코리아는 이번 서울시 승인이 명동성당의 종교적 역사적 상징성을 해치고 관광시설과 임대수익 공간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한다. 개발보다는 보존ㆍ정비를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토론회에서 김정신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명동성당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검토한다. 그는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본당이자 민주화운동의 성지라는 역사성과 본당 건물 자체의 건축적 가치 면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하다”며 “개발보다는 체계적인 보존ㆍ관리 계획을 세워 등재를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사적으로 지정된 본당 건물 주변에 보호구역 설정, 명동성당 내 역사적 흔적의 발굴ㆍ복원, 옛 주교관 건물의 원형 복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토론회에서 서울시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명동성당, 보존과 개발의 문제’에 대해, 김정동 목원대 교수는 명동성당을 건축한 코스트 신부의 행적에 관해 발표할 예정이다. 명동 지역 상인들도 토론에 참여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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