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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년 윔블던을 수놓은 명승부 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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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년 윔블던을 수놓은 명승부 빅4

입력
2011.06.2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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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는 영국의 자존심이다. 1877년 '해가 지지 않는 세계제국'을 경영하던 영국인들은 콧대 높은 자존심을 앞세워 윔블던에서만 통하는 '까칠한' 규정도 여럿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흰색 유니폼이 아니면 테니스 코트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순백의 유니폼으로 장식한 코트는 흡사 성스러운 제전을 여는 장소로 비춰진다.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이 까칠한 규정은 125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좋아하는 선수를 향해 목청높이 응원을 펼칠 수도 없다. 흥분한 김에 목소리를 높였다간 심판으로부터 언제 퇴장명령이 날아들지 모른다. 점잖게 앉아서 박수만 치라는 이야기다. 길게는 5시간 동안 불편하기 짝이 없는 관전태도를 '강요' 받는데도 40만 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오는 답은 "왜냐하면 윔블던이니까."

1968년부터 테니스가 프로와 아마에게 모두 문호를 개방한 오픈시대에 접어든 이래 윔블던이 보여준 명승부전 4개를 꼽아봤다.

역전 드라마 끝, 보리 대회 5연패

1980년 결승 비외른 보리 vs 존 맥켄로

노회한 챔피언 비외른 보리(스웨덴)의 5연패 사냥에 미국의 신예 존 맥켄로(미국)가 도전장을 던졌다. 보리는 앞서 1976~79년까지 4연패에 성공해 윔블던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맥켄로의 기습공격에 보리는 1세트를 1-6으로 내줬다. 보리는 그러나 2,3세트를 각각 7-5, 6-3으로 전세를 뒤집은 데 이어 4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5-4로 앞서 우승컵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챔피언에 오르는데 단 2포인트만 부족했다. 하지만 맥켄로의 극적인 뒤집기로 6-6으로 끌려가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6-18로 무너졌다. 보리는 결국 5세트를 8-6으로 이겨 대회 5연패에 성공했다. 31년이 지났지만 테니스 올드팬들은 역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와신상담한 맥켄로는 이듬해 결승에서 보리와 다시 만나 패배를 되갚고 챔피언에 올랐다.

나달, 커리어 그랜드슬램 고비

2008년 결승 로저 페더러 vs 라파엘 나달

테니스 황제와 클레이코트의 제왕이 맞붙은 경기였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당시 프랑스오픈으로 대표되는 클레이에서만 통하는 선수로 평가절하되곤 했다. 하지만 잔디코트인 윔블던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3-2(6-4 6-4 6-7 6-7 9-7)로 따돌리고 챔피언에 올라 전천후 선수라는 명성을 구축했다. 특히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같은 해 동시에 석권한 것은 1980년 보리 이후 28년만이었다. 나달은 이를 발판으로 이듬해 호주오픈을, 2010년엔 US오픈마저 따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당시 경기시간은 4시간48분으로 역대 윔블던 최장이었다. 나달은 이와 함께 페더러의 잔디코트 66연승과 윔블던 41연승도 모두 무산시켰다.

페더러, 메이저 통산 최다 우승

2009년 결승 로저 페더러 vs 앤디 로딕

고양이 앞에 쥐. 로딕이 페더러 앞에 딱 그랬다. 당시 역대전적 2승19패에서 보듯 페더러만 만나면 로딕은 꼬리 내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2009년 결승에서 만난 로딕은 달랐다. 그동안 당한 패배의 수모를 갚아주려는 듯 갈기를 세웠다. 1세트를 7-5로 가져간 로딕은 2, 3세트를 6-7, 6-7로 내줬으나 4세트를 6-3으로 따내 균형을 맞췄다. 로딕과 페더러는 5세트에서 대접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페더러가 결국 16-14로 4시간16분에 걸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으나 오히려 로딕의 저항이 더 주목 받은 경기였다. 서브에이스는 페더러가 50개, 로딕이 27개를 쏟아내 모두 77개를 기록했다. 한편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15번째 우승컵을 수확,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따돌리고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최다우승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박3일, 11시간 5분 대혈전

2010 단식 1회전 존 이스너 vs 니콜라스 마후

쉽게 끝날 것 같은 승부가 무려 3일간 이어졌다. 존 이스너(미국)와 니콜라스 마후(프랑스)가 2010년 남자단식 1회전에서 4-6, 6-3, 7-6, 6-7로 2세트씩 나눠가진 뒤 맞은 5세트. 심판은 일몰을 이유로 경기를 다음날로 연기시켰다. 이튿날 59-59 불꽃공방을 펼쳤지만 또 다시 날이 어두워져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이스너가 3일째 70-68로 이겨 2박3일간에 걸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기시간만 11시간 5분이 걸렸다. 마지막 5세트 시간(8시간11분)만 따져도 역대 최장 시간(2004년 프랑스오픈 6시간33분)보다 길었다. 이들이 합작한 서브에이스는 215개. 이스너가 112개, 마후가 103개를 기록했다. 총 183게임 중 5세트게임만 138개에 달했고 토털 포인트는 980점. 영원히 남을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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