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직원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진창수)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전 직원 황모씨의 유족과 투병 중인 전 직원 김모씨 등 5명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근로자의 건강상태, 작업장 내 발병원인물질 존재 유무 등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미루어 판단함)될 경우에도 입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5명의 전 삼성전자 직원 중 이 회사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황모씨와 이모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황씨와 이씨가 근무한 기흥사업장 3라인에 발암성 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이들은 장시간 작업으로 많은 양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발병한 백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흥사업장 5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정모씨와 부천사업장과 온양사업장에서 각각 근무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전 직원 김모씨, 송모씨에 대해 "유해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와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행정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소송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이들과 같은 취지로 2차 소송을 낸 삼성전자 전 직원 7명에 대한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사망한 인원이 총 46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 기자 next88@hk.co.kr
이날 행정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소송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이들과 같은 취지로 2차 소송을 낸 삼성전자 전 직원 7명에 대한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측은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사망한 인원이 총 46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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