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사진) 제일모직 부사장이 '글로벌 패션 왕국' 건설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야심 찬 신규 브랜드도 2년 만에 출시했다.
제일모직은 21일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Derecuny)를 출시하고, 여성복 해외시장에 본격 도전한다고 밝혔다.
데레쿠니는 제일모직이 남성복과 캐주얼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여성복과 해외사업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2004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시작으로 세계 70여개 편집매장에 입점하는 등 이미 한 차례 출시됐던 브랜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브랜드 운영을 잠정 중단됐다가, 이번에 다시 론칭하게 됐다.
제일모직은 이미 '구호'와 '르베이지' 브랜드로 프리미엄 여성복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상황. 여기에 데레쿠니까지 추가하며, 브랜드 라인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
데레쿠니의 타깃은 40~50대 여성. 우아하면서도 몸의 라인을 살리는 등 젊음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구매력 높은 중년 여성'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옷뿐 아니라 가방과 신발, 보석 등 잡화 비중을 30%까지 늘려 해외시장에 적극 도전할 방침인데, 가격대는 ▦재킷 50만~80만원 ▦스커트 30만~50만원 ▦가방 40만~120만원 ▦구두가 30만~50만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올해 하반기 데레쿠니 5개 매장을 열고, 2015년까지 50개로 늘릴 예정. 특히 2013년까지 중국시장에도 진출해 현지 '귀부인'들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데레쿠니는 '갤럭시'와 '빈폴' 등 국내 최고 신사복과 캐주얼 브랜드를 보유한 제일모직이 여성복사업에서도 1위를 목표로 내놓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레쿠니는 기획단계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라며 "앞선 출시를 통해 이미 이탈리아, 미국, 일본, 중국 등 33개국에 상표등록이 돼 있는 만큼 유명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일모직의 여성복 디자인은 정 디렉터가 총괄하지만, 큰 그림은 이서현 부사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을 통해 파리나 밀라노가 부럽지 않은 '글로벌 패션왕국'을 꿈꾸고 있는 이 부사장은 이번 데레쿠니 론칭 작업도 직접 진두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나 언니인 이부진 신라호텔사장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경영행보를 밟고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평가. 이재용ㆍ이부진 사장이 일반적인 오너경영자의 길을 가는 데 비해, 이 부사장은 본인 스스로 패션전문가인 만큼 '오너+경영자+전문가'로서 차별화되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이 부사장은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의 유명디자인학교인 파슨스디자인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공부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가파른 성장과 세계적인 SPA브랜드 '망고' 런칭 등을 통해 능력을 검증 받았다.
지난 2월 열린 '한국패션의 새로운 방향 모색' 정책간담회에 부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왔던 "한국에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많지만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디자이너나 브랜드는 없다. 스타급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며 세계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데레쿠니는 아직 국내에 정식 매장도 생기기 전인데 직접 제품을 접해본 중국의 일부 의류업체 관계자들이 벌써부터 문의해오고 있다"며 "회사 최고위층에서 철저하게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브랜드인 만큼 체계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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