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그랑프리 수영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 그가 다른 선수들에겐 절대 주지 않고 혼자 마실 정도로 아끼는 '노란 음료수'가 있다.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 마시는 스포츠음료 '에네르겐'이다.
사실 에네르겐은 일반인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음료다. '포카리스웨트'로 잘 알려진 동아오츠카가 1997년 11월에 첫 선을 보였으니 올해로 출시 14년째이지만, 지난해 매출은 4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소매가가 1,000~1,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한해 동안 겨우 3만7,000개 정도 팔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선 좀처럼 찾아보기도 어렵다.
반면 출시 직후부터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 중에 에네르겐을 마시는 경우는 꽤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프로농구 KCC의 간판센터 하승진, 삼성의 포워드 이승준 선수 등이 대표적인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집중력과 지구력 향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에네르겐 매출의 80% 이상이 골프연습장이나 스포츠센터에 비치된 자동판매기에서 발생하는 것도 특수기능을 원하는 타깃 소비층이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몇몇 마라톤동호회가 정기적으로 대량주문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박태환 선수 역시 2006년 태릉선수촌에서 에네르겐을 처음 접한 뒤 지금까지 거의 매일 2캔 정도를 꼭 마시는 마니아가 됐다. 주변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는 데 에네르겐이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을 들었는데, 실제로 자신에게 잘 맞는 것 같고 기록도 점차 나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동아오츠카는 자체 비용을 들여 박태환 선수의 호주 훈련지로 매달 에네르겐 2~3박스(50~75캔)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에네르겐이 박태환 선수의 기록 향상에 도움을 준 걸까.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에네르겐이 애초부터 지구력 향상과 라스트 스퍼트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탄생된 것만은 분명하다. 1982년 도쿄 국제 여자마라톤대회에서 막판에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며 우승한 구 소련 선수가 뭔가 특별한 음료를 마시며 연습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오츠카제약이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던 것. 전문가들도 에네르겐의 주성분인 과당, 구연산, 아르기닌 등이 체내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보충하는 동시에 지방을 연소시켜 에너지화함으로써 지구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최고 정점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에네르겐은 잠깐 필요할 때 마셔서 스태미너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훈련 중에 적절한 에너지와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성 스포츠음료"라며 "박태환 선수가 매일 꾸준히 에네르겐을 마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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