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인 박모(22)씨는 지난 12일 새벽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 사거리에서 교통 사고를 당했다. 직진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BMW 승용차와 충돌을 한 것. 박씨의 차량은 충돌 직후 튕겨져 나가 BMW 차량 뒤쪽에 서 있던 택시와 다시 부딪혔다. 사고 직후 BMW 차량은 그대로 도망쳤다. 박씨는 "BMW 차량이 갑자기 좌회전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BMW 차량의 번호판이 남아 있었다.
BMW 차량 운전자는 그날 오후 관할서인 강남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운전자는 파키스탄인 M씨로 3년째 국내 무역 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그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갔다"고 진술했다. 음주 측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BMW는 그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리스'한 차량으로 M씨는 이태원의 이슬람 기도원에서 종교 모임을 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정황상 교통위반은 박씨가 했고, BMW는 피해차량인데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인 운전자가 도망을 친 셈이어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택시의 블랙박스 등에 대한 경찰조사결과 박씨의 신호 위반으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M씨 역시 경찰에 신호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운전자에게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박씨는 "M씨가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데, 피해자가 왜 뺑소니를 쳤겠느냐"며 운전자가 M씨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사고가 난 교차로에는 폐쇄회로TV가 없는 데다 택시의 블랙박스에는 박씨 차량의 충돌만이 담겨 있어 누가 실제 운전자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경찰은 일단 M씨를 뺑소니 혐의로 입건해 벌금형을 부과했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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