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어제 울산공장에 출근하는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담은 유인물을 나눠 주었다. 노조 간부를 포함한 직원 97명이 일과시간에 사이버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노조운동의 생명은 도덕성"이라며 "근무시간의 도박은 있어서는 안될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때문에 "사내도박은 용서될 수도, 보호될 수도 없는 것으로 이번 사태에 연루된 조합원은 개인 스스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못박으면서 4만5,000 조합원의 자정결의를 촉구했다.
도박사건은 노조위원장인 그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 노조간부와 조합원 27명이 도박장을 차려 총 3억여 원의 판돈을 걸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그때에도 현대차 노조는 "절대 보호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도박이 노동자의 여가문화 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조합 내부의 질서 확립과 함께 건전한 여가문화에 대한 연구와 홍보를 해나가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만큼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자정 결의까지 촉구하고 나섰을까.
더 꼴불견은 이런 부끄러운 사건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법과 원칙의 파괴까지 마다하지 않으려는 일부 조합원들의 태도다. 그들은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무력화를 위한 총파업을 주장하며 내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협상 대상도 아니고, 이미 90% 가까운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현대차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명분도, 실리도, 국민적 지지도 없는 정치투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 노조원들은 현실성을 무시한 정치투쟁보다는 고령화에 따른 '고용권 보장, 건강권 확보, 균등분배'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목표를 내세운 노조위원장의 임단협의 방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풍요로워질수록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감부터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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