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왕자가 평민 여성이 결혼했다는 사실이다. 신부 케이트 미들톤(Kate Middleton)의 이름부터 상징적이다. 'Middleton'은 'Middle Town'에서 왔다. 혈통부터 귀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셈이다. 그의 할아버지와 선조는 대대로 탄광 광부였다. 미들톤이 왕세자비가 됨으로써 영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 국민은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왕실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신분 상승의 새로운 사다리가 생긴 것이다.
한국의 정보화 마을은 바로 그'신분 상승의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물론 한국에는 귀족과 평민의 구분이 없지만, 경제력이나 학력 등의 차이가 존재한다. 2001년부터 추진한 정보화 마을 사업은 도시와 농어촌간 정보 격차의 해소였다.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빈부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이 정보 격차에 있기 때문에, 농어촌 정보화를 향상시켜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나아가 온라인 비즈니스 창출 등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현재 전국 362곳이 지정된 정보화 마을의 성과는 매우 크다. 우선 주민들의 인터넷이용률이 9.1%에서 66.5%로 증가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방문자수는 2007년 700만 에서 2010년 1,300만 명으로 증가했고, 게시 건수 역시 81만에서 282만 건으로 늘었다. 지역공동체가 자율적, 자생적으로 활성화한 결과다.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과 지역 주민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중간유통을 생략한 직거래 e커머스로 유통마진을 최소화함으로써 마을 수익이 늘어나고 주민들의 적극 참여가 유도된 것이다. 연도별 매출액을 보면 2007년 44억, 2008년 91억, 2009년 135억, 그리고 지난해는 209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민 스스로 만든 경제자립과 번영의 튼튼한 사다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를 통해 정보화 마을 아이들이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은 물론이다.
특기할만한 또 다른 성과는 결혼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화 마을에는 웹 카메라 등 화상상봉 시설이 조성되어 베트남 필리핀 등의 결혼 이민자들이 모국의 부모 친지들과 언제나 화상 상봉을 할 수 있다. 몇 차례 시범 서비스를 거쳐 4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실시했다. 지난해 7월에는 베트남 정보통신부 레남탕 수석차관이 감사 서한을 보내왔다.
이제 우리 정보화 마을은 많은 개도국의 벤치마킹 사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 103개국에서 2,500여명이 방문해 혁신성과 우수성을 공부해갔다. 2006년에는 프랑스 '세계전자정부포럼'의 정보격차 해소 분야 특별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3월에는 일본 총무대신이 직접 방문한 뒤 사가현(縣)에 시범마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브루나이 에너지부 야스민 장관도 지난 2월 방문 때 "정보화 마을은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말했다.
정보화 마을 사업이 '유엔 공공행정상'대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은 "이미 국제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인정 받고 있으며 정보소외 지역 개도국에 적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업"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구촌의 통합과 공동번영에 기여할 안전하고 튼튼한 사다리를 계속 확장할 것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