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의 예술 강의는 계속된다. 지난해 5월의 '광부화가'는 일자무식의 광부들이 예술에 대해 눈 떠가는 기쁨을 그렸다. 이번에는 '예술 하는 습관'으로 예술 관련인 내부의 이야기를 한다 '
2009년 영국에서 초연됐던 이 작품은 시인 오든과 작곡가 브리튼 등 세상을 뜬 영국의 대가들이 무대 리허설 장에서 만나 배우 등과 나누는 가상의 대화를 주조로 한다. 때로는 장광설에 가까운 어투, 위선과 허영 등 영국 지식인 사회를 옮긴 듯한 무대는 고급스런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함께 만든 오페라가 실패한 후 25년 만에 만난 둘이 주고 받는 정교하고 풍성한 입담 등 현대 영국 연극의 한 경향을 짐작케 하는 무대다.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연극으로 만드는 이야기, 지식인의 동성애 문제 등은 이 연극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소재다. 등장 인물들은 현실적으로 불우하다. 그러나 극작가 앨런 베넷은 특유의 입심으로 그들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국내에도 친숙한 어린이 만화 영화 '아기곰 푸'를 낭독용 텍스트로 발전시켜 인기를 얻었다.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는 것은 문학의 전통에 근거한 촌철살인적 표현이 곳곳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스타일은 결함의 결정체"(오든) 라든가 "위대한 연기란 조리 도구 상자"(케이) 같은 것들. 그 밖에 코울리지 등 시인들의 작품에서 인용한 말도 등장해 다른 무대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박정희 연출, 이호재 양재성 등 출연. 22일~7월 10일 명동예술극장.1644-2003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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