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할아버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손녀의 소프트볼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 눈을 감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인. 그는 손녀의 경기를 보며 한 세기에 가까운 자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그러나 시작이 두려울 나이인 노인은 느닷없이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잭 매키언(81) 감독이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 사령탑으로 돌아온다. 플로리다 구단은 21일(한국시간) 매키언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에드윈 로드리게스 전임 감독은 최근 10연패를 포함해 6월 1승18패의 부끄러운 성적 탓에 옷을 벗었다. 1930년생인 매키언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 최고령 사령탑으로 기록에 쓰여지게 됐다. 1950년 감독직을 내려놓은 코니 맥 감독의 88세가 최고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손녀의 소프트볼 경기를 보다가 전화로 감독직 제안을 받은 매키언 감독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1973년 캔자스시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매키언 감독은 2005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플로리다를 처음 맡은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매키언 감독은 2005년엔 정규시즌 83승79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의 성적을 남겼다. 매키언의 플로리다는 2003년부터 3시즌 연속 정규시즌 5할 승률 이상(0.605, 0.512, 0.512)을 달성했다. 캔자스시티, 오클랜드, 샌디에이고, 신시내티, 플로리다를 거치는 동안 매키언의 감독 통산 성적은 1,011승940패(승률 0.518). ‘매키언 체제’로 돌아갈 플로리다는 올시즌 32승40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지구 2위인 애틀랜타와의 격차가 7.5경기로 그리 크지 않다.
매키언 감독은 “아내가 나를 집안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아마도 기뻐할 것”이라면서 “감독으로서 95세까지는 끄떡없다”며 웃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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