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을 세무조사해 총 48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들은 4월 불법 도박수익금 110억원을 마늘밭에 숨긴 '김제 마늘밭 사건'처럼 벌어들인 수백 억원의 돈을 해외 송금하거나 가족 및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여 은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21일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관련법인 43곳과 수익금을 은닉한 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부가세 등 48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도용한 개인정보로 위장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명의 '대포통장'을 개설, 불법도박 사이트 판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개설한 대포통장은 141개, 대포통장에 입금된 판돈은 3,375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고객들의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면서 받아 챙긴 10% 가량의 환전수수료 수익은 확인된 것만 261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곧바로 여러 대포통장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고, 대부분 현금으로 다시 출금하는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특히 인출한 현금 중 일부는 해외 송금하거나 가족 및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여 은닉했다.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26억원을 챙긴 정모씨 일당은 분당의 60평형대 아파트, 용인과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와 상가 등을 모친과 배우자 명의로 사들였다. 또 사설복권 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10억원의 현금을 여의도 물류창고에 숨겼다가 적발된 임모씨도 마포의 70평대 아파트 등 부동산을 구입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은닉한 탈세수익 추징을 위해 배우자 명의 아파트 등 118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 조치했다. 권도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TF 과장은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돈을 마늘밭이나 친인척 명의 부동산 등으로 은닉해두고 출소 뒤 되찾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 및 친인척의 재산을 추적해 끝까지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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