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집중됐던 100세 이상 장수(長壽) 인구가 의료 시설 접근성이 뛰어난 대도시 부근으로 이동하고 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특별ㆍ광역시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는 605명으로 2005년(209명)에 비해 309명(104.4%)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도시 외 지역은 665명에서 1,231명으로 8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2005년 30.8%였던 전국 고령자 가운데 대도시 비율은 지난해 33.0%로 상승한 반면 비(非)도시 지역의 비율은 69.2%에서 67.0%로 하락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인 경기(19.6%)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더 내려간다.
장수 노인들은 특히 서울 경기 부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많았다.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시도는 경기(360명)와 서울(270명)이었는데, 특히 경기지역은 5년 전에 비해 136.8%(208명)나 급증했다. 부산은 증가 폭(31→91명ㆍ193.5%)이 가장 가팔랐고, 같은 기간 대전도 130.0%(20명→46명)나 늘었다.
이는 장수 노인들이 의료 기관이 있는 곳을 거주지로 택하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인구학)는 "예전엔 원래 체질이 건강해 100세 이상 장수를 누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면 최근 들어 고령자들이 의료서비스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를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작년 11월 기준 전국의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1,836명이었다. 2005년(961명)보다 91.1%(875명), 20년 전인 1990년(459명)에 비하면 4배나 급증했다. 여성이 1,580명(86.1%)으로 압도적이었고, 남성은 104명에 불과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전북 장수군의 장수인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인구 1만9,293명 중 100세 이상 노인이 7명이나 됐다. 10만명당 인구 수로 환산하면 36.0명으로 전국 평균(3.8명)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았다. 이어 전북 임실군, 전남 곡성군 등의 순이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제주가 15.0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세 이상 노인들은 '절제된 식생활 습관'(54.4%)을 장수의 으뜸 비결로 꼽았으며, 이어 '낙천적 성격'(31.0%), '규칙적 생활'(30.9%) 등을 지적했다. 실제 이들은 건강에 해로운 술과 담배와는 거리가 멀었다. 응답자의 69.8%가 '평생 금주'를, 71.1%는 '평생 금연'을 실천했다고 대답했다. 술과 담배 어느 것에도 손 대지 않았다는 응답도 57.9%에 달했다. 좋아하는 식품에 대해서는 67.5%가 '채소류'라고 답했고, 싫어하는 음식으론 '밀가루 음식류'(3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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