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해양 생물의 여섯 번째 대멸종사태가 눈 앞에 닥쳐오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예측보다 빨리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영국의 BBC, 인디펜던트 등은 비영리 연구기관인 국제해양생태연구프로그램(IPSO)이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해양 환경이 지구온난화, 해수 산성화, 오염, 어자원 남획 등으로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대재앙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고 21일 보도했다.
IPSO는 보고서에서 해수 산성화 등으로 인해 세계 바다 산호초 중 4분의 3이 심각한 괴멸 위기에 처했고 해수 온도가 유난히 높았던 1998년 한 해에만 세계 열대 산호초의 16%가 괴사했다고 지적했다.
어자원 남획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어족의 63%가 과다하게 잡혀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1930년대 처음 발견된 황순어는 남획으로 인해 70여년만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어자원이 줄어 혼획으로 우연히 잡히는 물고기 역시 과거보다 90% 이상 줄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해수온도 상승, 산성화, 해수의 산소결핍 증세 때문에 '죽은 바다'가 늘어나고 있다"며 "바다를 떠다니던 플라스틱이 조각이 돼 가라앉으면서 이를 먹은 해저 어류가 치명상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지구 생명체 대멸종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IPSO 연구에 참여한 해양학자 27명이 "전지구적인 (해양 생물의) 심각한 멸종사태의 첫 단계가 이미 시작됐다"며 " 과거의 어떤 예측보다도 더 빨리, 더 많이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약 4억5,000만년 전인 오르도비스 실루리아스기 때 해양 생물의 85%가 사라졌던 첫 대멸종사태 또는 6,550만년 전 제3기 백악기 때 공룡을 멸종시키고 해양 동물의 16%, 해양 식물의 47%를 사라지게 한 다섯번째 대멸종사태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멸종사태 중 최악은 생물 종의 70%, 전체 생물의 96%를 멸종시킨 2억5,100만년 전 페름기 때 일어났다.
IPSO 연구 책임자인 알렉스 로저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인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멸종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라고 전했다. IPSO는 ▦먼바다 어자원 남획 방지 ▦플라스틱, 농업용 비료, 쓰레기 같은 오염물질의 바다 배출 관리 강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PSO는 보고서를 금주 중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국제자연보존연합(IUCN)의 댄 래폴리는 "우리는 과거 세대와 달리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가 지구의 푸른 심장을 지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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